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시작한 이후 전직 대법관을 소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윗선’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7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던 차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 차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된 피의자 신분으로 알려졌다.
차 전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과 관련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는 등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1년 10월부터 지난 2014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이들은 당시 한일 관계 등과 관련해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기존 판결 결과를 뒤집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의 이 같은 요청을 검토하고 법관의 해외 파견 자리를 얻어내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차 전 대법관의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박병대 전 대법관도 2014년 10월 김 전 실장 공관에서 강제징용 재판 처리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을 상대로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선고가 지연된 배경과 당시 회동 상황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전직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출신인 차 전 대법관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이다. 이들은 재판 개입 및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사법 농단 의혹의 최고 ‘윗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 관련 실무 총책임자 역할을 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난달 27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을 시작으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며, 그에 따라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