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탈출한 생존자는 “빗물에 코를 적시고, 뜨겁게 달궈진 창문으로 탈출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1 명이 다쳤다. 불은 3층 출입구 부근에서 발생해 2시간 만에 진화됐다.
화재당시 고시원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A 씨(59)는 “창틀에 고인 빗물로 코를 닦고 겨우 탈출했다. 3층에서 배관을 타고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 씨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 병원 관계자가 증언을 전달했다.
건설 노동자인 A 씨는 불이 난 고시원에서 3년째 거주했으며, 특히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알려진 3층 출입구에서 가까운 방에 머물렀다고 한다.
A 씨는 “보통 일을 나가기 전에 오전 4~5시에 일어나는데, 5시 조금 전에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을 떴다가 밖에서 ‘우당탕’ 소리를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미 복도쪽은 문이 벌겋게 달아올라 겁이 나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행히 전날부터 내린 비로 인해 창틀에 고인 빗물로 코와 입을 적셨다”고 밝혔다
그는 “창틀을 잡았는데 온도가 너무 높아서 왼손에 화상을 입었다. 창이 좁아서 어깨가 빠지는 데 힘이 들었다. 손에 걸리는 걸 잡고 내려왔고”고 탈출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고시원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곳으로, 탈출구나 복도나 비좁아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