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이 비로 취소된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SK 외국인투수 앙헬 산체스는 홀로 덕아웃에 나와 한참동안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그에게 다가가자 “비가 정말 많이 온다.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당장이라도 나가서 던질 수 있다”고 한마디를 던졌다.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산체스는 2018 포스트시즌(PS)에서 SK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됐다. 정규시즌(29경기 8승8패, 평균자책점 4.89) 후반기 11게임에서 1승5패, 평균자책점 8.78로 헤매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PO) 3경기에서 3.1이닝 동안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치 않는 안정감을 뽐냈다.
4일 KS 1차전에선 승계주자 2명을 홈에 불러들이긴 했지만, 1.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시속 150㎞대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과 낙폭이 큰 컷패스트볼(커터)의 위력은 정규시즌 전반기(18경기 7승3패, 평균자책점 3.42)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과 손혁 투수코치도 ‘빅게임 피처’로 거듭난 산체스에 대해 칭찬일색이다.
무엇보다 자신감과 웃음을 되찾은 것이 가장 반갑다. 후반기 들어 성적이 급락하자 웃는 날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구위가 워낙 뛰어난 터라 자신감만 찾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7일에는 본인의 일상생활을 공개하는 등 한결 편안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피자는 미국에서 먹던 것보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더 맛있다. 처음에는 매운맛 라면을 먹고 엄청나게 고생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양념갈비 등 한국 음식에도 많이 적응해서 잘 먹고 있다”는 식이다.
몸상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스스로 “나는 준비됐다. 몸상태는 아주 좋다”고 했다. 외국인선수 2명 출전제한과 등 통증으로 2~3차전에 모두 등판하지 않아 9일 4차전에는 4일을 쉬고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무서운 구위를 자랑했던 터라 그만큼 기대치도 올라갔다. 후반기의 극심한 부진을 딛고 ‘빅게임 피처’로 올라선 산체스가 특급 조커의 면모를 남은 시리즈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