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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판결 거센 후폭풍… 외교갈등 넘어 한류 때리기

입력 | 2018-11-10 03:00:00

방탄소년단 日방송 출연 무산
10월 일부매체 “BTS 反日” 트집… 재외공관엔 ‘징용 여론전’ 지시說
독도문제 ICJ 제소 주장도 재연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지난해 유튜브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 촬영 때 입은 것으로 알려진 광복절 관련 셔츠 뒷면. 원자폭탄 버섯구름과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 사진 등이 프린트돼 있다. 사진 출처 아워히스토리 웹사이트

일본 지상파 방송 음악 프로그램 제작진 측이 세계적인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출연을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일본의 ‘한국 때리기’가 정치 외교 분야를 넘어 한류 등 문화 콘텐츠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9일 일본 정부가 지난달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지만 문화 스포츠 교류는 이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내 반한 감정의 후폭풍이 커져 가는 모양새다.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 제작진 측의 BTS 출연 보류 결정에는 일본 누리꾼들과 언론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쯤부터 “BTS가 원폭 사진이 담긴 티셔츠를 입었다”는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부터 일본의 일부 스포츠신문들이 이를 기사화하면서 “너무 비상식! BTS의 반일(反日) 행위가 한국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일본 내 반한 감정을 자극했다.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 지난달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맞물리면서 넷우익(인터넷 우익)들은 BTS를 ‘반일 그룹’으로 몰고 갔다. 일부 넷우익들은 이달 13일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여는 BTS를 향해 규탄 시위도 벌이겠다는 분위기다.

한류 전문가 및 한일 문화 전문가들은 6년 만에 되살아난 일본 내 한류 인기가 다시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한 문화·인적 교류 추진을 향한 유식자 모임’의 좌장인 곤도 세이치(近藤誠一) 전 일본 문화청 장관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판결이) 새로운 한일 관계의 불씨가 된다 하더라도 한일 간 문화 교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9일 지금까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써오던 ‘징용공’이라는 표현을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통일시켰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부로서는 ‘징용공’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는 쪽으로 말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일본 정부는 1939년에서 1945년까지 일본 내 공장과 광산에 끌려온 강제징용자 가운데 일본의 ‘국민징용령’에 따른 경우는 1944년 9월 이후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재외공관의 자국 대사 등에게 현지 유력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일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등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의 한국 때리기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시마네(島根)현 미조구치 젠베(溝口善兵衛) 지사가 독도 영유권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일본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8일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김범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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