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마카오 코타이(Cotai) 스트립
매트릭스가 거짓세상임을 깨우쳐준 건 선지자 모피어스. ‘시티 오브 드림즈’(위쪽 사진)의 모피어스(호텔)도 그럴까? 복합리조트 시티 오브 드림즈는 이렇듯 포디엄(카지노+쇼핑몰)이 네 호텔(타워)을 거느린 모습. 아래쪽은 모피어스의 내부 아트리움(고층천정실내). 안팎 모두 기하학적 패턴의 매트릭스(행렬) 그 자체다.
매트릭스&모피어스: 호텔 모피어스. IR(Integra-ted Resort·복합리조트)인 ‘시티 오브 드림스(City of Dreams)’의 네 숙박시설 중 가장 최근(올 6월)―이자 마지막으로―개장한 초호화 럭셔리 호텔(720실·42층)이다. 설계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해체주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1950∼2016). 이 천재의 작품 앞에서 영화 매트릭스가 떠오른 건 ‘모피어스’란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내·외관의 기하학적 패턴 자체가 매트릭스(행렬·行列)로 다가와서다. 행렬은 수나 기호, 수식을 네모꼴로 배열해 괄호로 묶어 표시하는 수학이다.
이 행렬 편형(扁形) 건물은 형상도 단순치 않다. 북남(전후)면에 구멍이 세 개나 있다. 양편 모두 검지에 눌린 점토판처럼 움푹 파여 뚫린 모습인데 블랙홀로 수렴하는 듯한 표면 패턴의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삼각형 마름모가 치밀, 조밀, 긴밀하게 서로 옥죄듯 맞물린 채 구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건물은 몽환적이다.
피에르 에르메 라운지: 피에르 에르메는 ‘파티시에(페이스트리 셰프)의 피카소’라 불리는 디저트 명장. 동시에 그의 숍이다. 모피어스 숍의 셰프는 동료이자 초콜릿 공장 3대손인 세바스티앵 바우어. 이스파한의 도발적 핑크빛은 그의 손을 거쳐 마라케시(모로코) 장미계곡의 장미와 장미수(水)에서 왔다.
중식당 이(Yi): 직육면체 호텔은 일렬 관통의 세 구멍에 의해 동서 타워로 나뉜다. 그걸 잇는 통로는 두 개. 세 구멍 사이의 두 층(21층, 30층)이다. 이 통로는 스카이브리지라 불리는데 층 전체가 하나의 식당이다. 21층은 클럽라운지(고급객실 투숙객 전용 식당), 30층은 이 호텔의 시그너처(대표) 레스토랑 ‘이’(Yi·중식당·82석). 한 층을 몽땅 식당 공간으로 내줬다면 음식과 서비스의 품질, 품격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엔 부연이 필수. 네 식당 중 유일하게 자하 하디드가 실내까지 설계해서다.
타원 테이블에 좌석은 모두 서향, 그 덕분에 정면 통유리 건물 벽의 야경을 즐긴다. 테이블은 금빛 용 비늘이 돋은 타원 구조물로 에워싸였다. 고치 안 애벌레가 느꼈을 포근함이 포인트다. 테이블웨어(그릇 등 모든 식사도구)도 상상 초월. 24K 순금을 씌운 젓가락(2세트), 프랑스 브랜드의 영국 왕실 애용 금박 크리스털 유리잔, 부와 행운의 복숭아꽃 문양 접시…. 왕의 정찬에 어울릴 그것이다.
중식당 이의 산비둘기 구이
알랭 뒤카스: 그(62)는 ‘프랑스 요리의 자존심’. 파리 몽테뉴가의 플라자아테네(호텔)에서 직접 요리하고 자기 이름의 식당을 전 세계에 20여 개나 갖고 있다. 그의 요리 철학은 그 맛과 명성을 능가한다. 요리사란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안내자, 음식을 통해 행복을 주기 위해 애쓰는 이라는 것이다. 깊은 성찰 없인 얻기 힘든 깨달음이다.
모피어스엔 그의 식당이 두 개 있다. ‘부아야주 바이 알랭 뒤카스(Voyages by Alain Ducasse)’와 ‘알랭 뒤카스 앳 모피어스(Alain Ducasse at Morpheus)’다. 전자는 최초로 선보인 아시안 푸드 식당, 후자는 그의 명성과 동일시되는 프랑스식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의 플래그십 레스토랑이다. 두 식당 사이엔 바(bar)도 있다. 역시 알랭 뒤카스 이름을 걸고 창안한 칵테일을 맛본다.
두 식당 역시 모피어스의 진가를 확인시킬 명소다. 그게 3층 전 공간을 내준 배경. 알랭 뒤카스는 말한다. 모나코의 루이 15세, 파리의 플라자아테네, 런던 도체스터의 알랭 뒤카스 레스토랑(모두 미슐랭 ★★★)에서 기대되는 다이닝 경험과 명품 서비스를 여기서도 즐기게 하겠다고. 애지중지해 온 빈티지 수집품 키친웨어 전시장을 설치하고 커틀러리(식사용 나이프)를 별도 주문해 제공한 열정도 거기서 비롯됐다. 이 두 곳 역시 11월 발표될 미슐랭 별점을 기대하는 중. 목표는 두세 개다.
스카이풀: 옥상 야외풀이라면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를 떠올리게 마련. 하지만 실제 보면 실망 일색이다. 대형 목욕장처럼 어수선해서다. 그렇다면 모피어스 40층의 스카이풀은? 상상 그 이상이다. 완벽히 차단된 공간의 정적이 고요한 수변 휴식을 보장한다. 휴식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즐길 권리에 초점을 맞춘 설계다. 이 공간도 자하 하디드의 기하학적 패턴에 지배된다. 수면과 유리벽 구조물을 통해서다. 그리고 여긴 투숙객 전용 시설. 그러니 기웃거리는 이도 없어 진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주 타깃은 중국인. 그러니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마카오로 몰린 건 자연스럽다. 스티브 윈(76·윈리조트 회장) 셸던 애덜슨(85·라스베이거스샌즈 회장) 같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타이쿤(거부)은 마카오가 도박면허를 개방하자 여기서 새 시대를 구축했다. 그게 2004년. 그러데 아뿔싸, 개장 첫날부터 땅을 치며 후회했다. 카지노를 너무 작게 지었다는 자책으로. 당장 새 플랜이 나왔다. 라스베이거스 투자액 7배를 쏟아붓는 카지노타운 창조 계획(셸던 애덜슨)이었다.
그런데 마카오특별행정구는 단호했다. 내줄 땅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대안은 콜로안 타이파 두 섬 사이 바다를 메워 지협(地峽)에 조성하는 것. 그게 ‘코타이(Cotai)’인데 이름은 두 섬에서 따온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큰손 애덜슨의 계획은 코타이를 라스베이거스처럼 만드는 것. ‘스트립’(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밀집 중앙로의 애칭)을 중심으로 카지노타운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게 ‘코타이 스트립’.
스티브 윈-윈팰리스(IR), 셸던 애덜슨-더 베니션 마카오와 더 플라자 마카오 그리고 파리지앵 마카오(모두 IR) 및 샌즈코타이센트럴(IR·호텔 4개), 마카오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가(家)-시티 오브 드림즈(신하오톈디·新濠天地·COD)와 스튜디오시티 마카오 및 MGM차이나, 갤럭시(IR·호텔 5개) 등네 카지노그룹은 지금 거기서 치열한 왕좌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 중 모피어스(포브스★★★★★)는 그랜드하이엇, 누아, 카운트다운으로 구성된 COD에 최근 추가된 화룡점정 격의 시그너처 호텔. 마카오의 ‘카지노 대부’(19개 소유)로 추앙받는 스탠리 호(97)에겐 꿈의 집대성이자 일생 역작 COD에 씌울 왕관으로 지어졌다.설계를 자하 하디드에게 맡긴 것이나 건축 테마를 COD에 천명한 ‘꿈’으로 삼은 것도 그 때문. 모피어스는그 연장선상에 있다. 모피어스가 그리스신화에 ‘꿈의 신’이라서다. 모르핀(진통제)도 여기서 파생된 단어. 그러니 COD에서 모피어스 투숙은 스탠리 호와 자하 하디드의 꿈을 공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코타이(마카오)에서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모피어스 이용 정보
스파 >> 훈련된 전문가가 손님 개개인을 에스코트하며 도와주고 일정까지 챙겨주는 버틀러(Butler) 서비스 제공. 실제 눈으로 조성한 ‘스노가든(Snow Garden)’, 마지스 몬테카를로(Margy’s Monte Carlo) 브랜드 제품을 이용한 전용 트리트먼트, 콜라겐 감소 완화용 백금마스크 트리트먼트(20분) 추가 제공.
패키지 >> 프리미어(킹룸) 객실 1박(2인), 클럽라운지 종일 이용, 무료 와이파이 공통. 가격(1인)은 5599파카타(약 78만1564원)∼. ◇스파: 105분 트리트먼트 ◇쇼: 세계적 명성의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House of Dancing Water)’ VIP 관람석, 리무진 송영. 가격(1인)은 6399파카타(약 89만3236원)∼.
가격·예약 >> 파카타(MOP·마카오화폐·홍콩달러 가치와 비슷) 기준. 서비스 요금(10%) 세금(5%) 별도. 식당·스파 예약 필수.
위치 >> 코타이(Cotai) 초입 ‘시티 오브 드림스’ 안. 공항에서 10분. 마카오반도는 셔틀버스(무료)로 다리 건너 2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