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사장, 美서 기자간담회
8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장. 삼성전자 제공
고 사장은 “이번 SDC에서 디스플레이를 보여준 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었다는 의미”라며 “(폰을) 접었다 폈을 때 선이 안 보이도록 하는 등 여러 허들(장애물)이 극복됐고, 이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것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로부터 잘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삼성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되고 구글 등과 협력해야 한다”며 “두 달 전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와 만났고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라고 했다. 폴더블폰이 단순히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차세대 ‘폴더블폰’이 잇달아 베일을 벗었다. 위 사진은 삼성전자가 7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폴더블폰의 펼쳐진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특히 삼성전자가 로욜의 ‘플렉스파이(FlexPai)’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중국 화웨이 등 메이저 업체보다 먼저 실물을 공개함에 따라 폴더블폰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승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반응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을 지낸 김학선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디스플레이를 안으로 접는 ‘인폴더’ 방식은 삼성이 7년 전부터 개발해온 기술”이라며 “기술적으로는 2년 전에 완성됐지만 좀 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지금까지 계속 진화시켜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추세인 대화면 휴대전화는 너무 커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엔 휴대성이 떨어지지만 소비자들은 더 큰 디스플레이를 원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폴더블폰은 분명한 혁신이다”라고 평가했다.
중국 스타트업 ‘로욜’이 1일부터 판매 중인 세계 최초 폴더블폰 ‘플렉스파이’가 바깥쪽으로 구부러지는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다만 실제 초창기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놨던 ‘커브드(휘어진) 스마트폰’이 사실상 대실패했듯, 왜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는가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명확하게 살리지 못하면 또 한 번의 실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가격도 변수다. 로욜은 플렉스파이 128GB 용량을 1588달러(약 179만 원), 256GB 용량을 1759달러(약 198만 원)에 팔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수의 얼리어답터를 제외하고는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큰돈을 쓰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며 “폴더블폰이 기존 노트북이나 태블릿PC의 기능까지 충족하는 제품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