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답례로 귤 200t 선물
정부가 11일부터 이틀간 평양에 제주산 귤 200t을 보내는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꼬여버린 상황에서 남북 대화 기조만이라도 유지하자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9월 평양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북한산 송이버섯 2t에 대한 답례로 제주 귤을 평양에 보내면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북-미 대화의 모멘텀도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 5·24조치 이후 8년 만에 北에 간 제주 귤
제주 귤 1차로 北 보내고 귀환 정부의 ‘대북 답례품’인 제주산 귤을 평양에 전달하고 돌아온 정부 관계자 등이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오른쪽에서 세 번째), 서호 대통령통일정책비서관(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 방북단은 오전 10시경 평양에 도착했다가 오후 1시경 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뉴스1
북으로 간 귤은 모두 10kg 상자 2만 개 분량. 상자당 귤 개수는 100개 내외여서 귤 200만 개 분량이고, 평양 시민(약 300만 명)의 3분의 2가 1개씩 먹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에는 북한 식료품 및 농산품의 공급 등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으나, 북한으로 유입되는 식품에 대한 규정은 없어 이번 귤이 제재 위반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군 수송기(C-130) 4대를 제주∼평양 직항노선에 동시 투입시켰다. 11일 오전 귤을 싣고 평양을 다녀온 뒤 오후에 다시 평양에 다녀왔다. 12일에도 두 번 더 가서 총 4번 왕복한다.
제주 귤이 공식적으로 북에 간 것은 8년 만이다. 제주도는 1998년부터 귤 북한 보내기 운동을 벌여 12년간 총 4만8328t을 보냈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5·24조치 이후에는 보내지 않았다. 북한에선 귤이 재배되지 않아 ‘귀한 과일’로 여겨진다.
○ ‘제주 귤’로 ‘서울 답방’ 논의 속도 붙나
북에 전달된 귤은 모두 서귀포산으로 한 달 전쯤 농협중앙회에서 서귀포 시내 농협 4곳에 50t씩 고품질 귤을 확보해 달라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에는 3, 4일 전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하얀색 귤 박스가 전달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1일 한 제주 행사에서 해당 귤에 대해 “당도 12브릭스(brix) 이상으로 엄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원 지사는 10일 사전답사 차원에서 한라산을 방문했다. 제주 현지에선 김 위원장이 헬기를 이용한다면 백록담 분화구에 직접 착륙하거나 백록담 동릉 정상 헬기장을 이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분화구에 직접 내리면 백두산 천지 물과 백록담 물을 합수하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지만 환경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동릉 정상 헬기장은 안전을 위해 착륙장 확장이 필요하다는 게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의 설명이다.
황인찬 hic@donga.com / 제주=임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