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12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A 씨의 쌍둥이 딸은 시험지에 객관식 정답 20~30개를 빼곡히 적어뒀다. 가로 3cm, 세로 3cm 남짓한 작은 지면에 모든 정답을 적었을 만큼 작은 글씨였다. 경찰은 두 학생이 미리 외워놓은 정답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시험 시작과 동시에 시험지에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지 안에 공간이 많지만 감독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 정답은 뒷장에 조그맣게 적어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9월 5일 A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쌍둥이 동생의 암기장에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과목(12개)의 답안이 기록돼 있다.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한 과목,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한 과목,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한 과목,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세 과목의 답안도 적혀 있었다. 결국 두 학생이 입학한 이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제외한 다섯 차례의 중간·기말고사에서 일부 또는 전 과목의 정답이 유출됐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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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A 씨가 시험이 실시되기 직전 학교에서 야근을 하며 시험지가 보관된 금고에서 몰래 시험지를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고의 비밀번호는 고사총괄 교사와 A 씨만 알고 있었다. A 씨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5일 전, 기말고사 6일 전에 야근을 하고 퇴근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하지만 두 날 모두 초과근무 대장에 근무 기록을 적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공교롭게 두 날 모두 금요일이었다. 다른 교사들이 일찍 퇴근하는 날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씨는 “평소 초과근무를 할 때보다는 일찍 퇴근해 따로 대장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불거진 후 실시된 2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두 딸의 성적은 모두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과목에서 전교 100등 이하였다”며 “전교 1등을 했던 1학기 기말고사와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쌍둥이 딸은 “이번 사건 때문에 제대로 시험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