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도박위원회(The Swedish Gambling Authority) 안더스 심스 홍보책임자(왼쪽)와 법률담담 겸 승부조작방위원회 카타리나 아브라함손 위원장 내정자. 카타리나 아브라함손 위원장 내정자가 2019년 1월1일부터 발효되는 새 도박법과 시행규칙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스트렝네스(스웨덴)|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결국 모든 정책의 방향과 목표는 중독 방지에 있다. 좀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정책과 대안으로 도박 중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스포츠베팅 역시 “참여자 보호”라는 정책적 목표 안에서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민간사업자의 경쟁력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향하고 있다.
2019년 1월1일부터 온라인 스포츠베팅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한 스웨덴 이야기다. 스웨덴은 관련 법제 개정으로 그동안 국영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해온 온라인 스포츠베팅 시장의 문을 넓혀 민간사업자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도박 중독과 불법행위를 더욱 강력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막겠다는 또 다른 대안이기도 하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인구 3만5000여명의 작은 도시 스트렝네스. 스웨덴 도박위원회(Lotteri Inspektionen·The Swedish Gambling Authority)가 자리 잡은 곳이다. 9일 오후(현지시간) 이 곳에서 만난 도박위원회 안더스 심스 홍보책임자와 변호사인 카타리나 아브라함손 법률 및 스포츠 승부조작 담당은 무엇보다 “도박 참여자 보호”를 강조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의 소도시 스트렝네스에 자리한 도박위원회 건물. 스트렝네스(스웨덴)|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 도박법 개정…온라인 도박 허가제 도입
스웨덴 도박위원회는 정책 입안과 실행, 시장 규제와 감시, 불법행위 단속 등 도박 관련 사항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스웨덴의 놀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의 국영기업 스벤스카 스펠(Svenska Spel)을 통해 1934년 일찌감치 스포츠베팅을 시작한 스웨덴은 당시부터 사행산업을 국가가 직접 관리했다. 참여자를 보호하고 불법행위를 방지하며 세수를 통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였다. 1970년대 사행산업 규모가 커져 좀 더 체계적인 관리와 감시를 위해 1995년 복권이사회를 확대 개편, 도박위원회를 신설했다.
인구 1000만명에 채 미치지 못하는 스웨덴의 사행산업 규모는 2017년 현재 170억원 규모. 2016년 대비 3.2%가 늘어났다. 중요한 것은 불법 규모(55억5000만원)가 12.8%나 증가했고, 불법 스포츠도박이 그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도박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커졌음은 물론이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도박법을 개정, 내년부터 온라인도박 허가제를 도입한다. 카타리나 아브라함손 담당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스포츠베팅 등 온라인 도박시장도 커져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해외 업체가 시장에 들어오고 불법적 행위도 늘어간다.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좀 더 현실적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밝혔다. 온라인도박 허가제를 도입함으로써 사업자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불법행위는 더욱 강력히 처벌키로 했다. 규제 중심에서 양성화·합법화로 시각을 넓혀 대신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등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센트럴역에 자리한 슈퍼마켓에서 연금식 즉석복권인 ‘트리스(Triss)‘가 판매를 위해 진열되어 있다. 이 슈퍼마켓은 국영기업 스벤스카 스펠이 발행하는 복권의 판매를 독점 대행하고 있다. 스톡홀름(스웨덴)|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 “도박 중독 방지가 정책 목표”
이는 중독 등 도박 참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에서 이뤄진다. 아브라함손 담당은 “해외 사업자는 중독과 파산 등 참여자를 보호할 수 없다”면서 “실질적으로 참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박위원회의 임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허가를 받은 사업자에게도 의무를 부여했다.
안더스 심스 책임자는 “참여자는 온라인 등록을 한 뒤 도박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이들이 참여하는 모든 사이트는 중독 경고 문구 등을 표시한다. 각 사이트는 연계되어 참여자의 도박 행태와 중독 위험성 정보 등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를 참여자에게 정기적으로 경고한다. 또 심스 책임자는 “참여자의 행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베팅액의 상한선을 정하고, 일정기간 사이트 접속 시간 제한 등 제약을 가한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이와 관련한 모든 기록을 보관해야 하며, 도박위원회는 이를 수시로 점검한다. 불법행위는 은행 등 금융권을 통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좀 더 근원적으로 방지하는 방안을 찾았다.
스웨덴 도박위원회(The Swedish Gambling Authority) 안더스 심스 홍보책임자와 법률담담 겸 승부조작방위원회 카타리나 아브라함손 위원장 내정자(왼쪽부터), 카타리나 아브라함손 위원장 내정자가 2019년 1월1일부터 발효되는 새 도박법과 시행규칙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스트렝네스(스웨덴)|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 “승부조작 방지 위한 공동의 노력”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스웨덴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모으는 스포츠경기는 축구다. 핸드볼, 농구, 아이스하키, 테니스 등도 대중적 종목이다. 이와 관련한 스포츠베팅 역시 도박위원회의 주요 업무에 포함된다. 스포츠경기 승부조작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업무도 물론 총괄한다. 심스 책임자는 “승부조작 등 부정경기가 의심될 경우 스벤스카 스펠은 해당 팀들에 대한 일반의 이후 베팅을 막는다. 기존 베팅액도 반환한다”고 설명했다. 각 경기단체들 역시 현장에 감시인을 파견하고 모든 경기를 녹화해 부정 여부를 확인한다.
도박위원회는 나아가 개정 법률 시행에 따라 검찰, 경찰, 재무부, 사회부 등 다수의 관련기관이 참여하는 승부조작 방지 위원회를 산하에 신설했다. 이를 이끄는 책임을 맡게 된 아브라함손 담당이 위원장 내정자다. “위원회의 실무 체계를 위해 현재 논의 중이다”고 밝힌 그는 “프로스포츠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면서도 “승부조작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각 경기단체와 선수들도 이런 인식을 갖도록 교육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스웨덴의 사행산업 특히 스포츠도박 관련 정책은 민간의 자발적 의무 의행과 이를 관리, 규제하는 당국이 함께 노력함으로써 참여자들의 도박 중독을 막겠다는 의지로부터 나온다. 아르바함손 담당은 “불법행위를 하면 시민으로서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렝네스(스웨덴)|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