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트레이 힐만 감독의 2년 간의 동행이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됐다.
SK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에서 연장 13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5-4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현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이 치러진 1989년 이후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한 팀이 우승한 경우는 1989년 해태 타이거즈, 1992년 롯데 자이언츠, 2001년 두산, 2015년 두산에 이어 역대 5번째다.
힐만 감독은 지난달 13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을 마친 뒤 SK를 떠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SK는 지난 8월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힐만 감독에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힐만 감독은 가족의 건강 악화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야한다며 이를 고사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힐만 감독의 중대 발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고, 오히려 선수들을 응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SK 선수들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힐만 감독과 조금 더 오래 함께하려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야한다”고 의지를 불태웠고, 한국시리즈에 올라와서는 꼭 힐만 감독에 우승 반지를 선물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SK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2012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9회초 박병호의 동점 투런포, 연장 10회말 김강민의 동점 솔로포와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이 나오는 ‘역대급 경기’를 하고 한국시리즈에 나섰다.
결국 6차전에서 최정의 동점 솔로포, 한동민의 결승 솔로 홈런으로 승리를 일구며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힐만 감독은 소통과 존중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SK의 6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과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 팀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선수들이 마음을 열도록 친근하게 다가갔다. 선수들을 계속 격려하면서 자신감을 심어주고, 그라운드에서 최대한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힐만 감독을 선수들도 잘 따랐다. SK 좌완 투수 김태훈은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선수들이 먼저 다가가게끔 유도하신다. 어떤 선수가 감독을 때릴 수 있겠나. 장난으로 받아주신다”며 “이러다보니 눈치를 안 보고 야구를 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힐만 감독은 데이터와 자신이 속속들이 파악한 선수들의 기량을 고려해 자신만의 야구를 선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정규시즌 중 중용되지 않았던 박정권, 김강민을 중용하는 ‘믿음의 야구’도 펼쳤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감독을 역임한 힐만 감독은 적극적인 팬 서비스로도 관심을 모은 사령탑이다.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해 장발을 유지하다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했고, 로커로 변신해 팬들 앞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6년 SK 지휘봉을 잡은 힐만 감독은 KBO리그에서 최초로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에 올려놓은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남기고 떠나게 됐다.
2006년 니혼햄 파이터스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힐만 감독은 한국, 일본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감독이라는 이색 경력도 남겼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