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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연구원이 ‘VR안경’ 쓰고 상담실험

입력 | 2018-11-13 03:00:00

보험 영업조차 않는 싱가포르에 R&D센터 만든 메트라이프
“규제 적고 금융허브 인프라 탄탄”




메트라이프가 싱가포르에 세운 연구개발(R&D)센터에서 직원들이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보험 상담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싱가포르=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싱가포르국립대 옆에 위치한 미국 최대 생명보험사 메트라이프의 연구개발(R&D)센터 ‘루먼랩’. 사무실에 들어서자 정보기술(IT) 벤처기업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싱가포르인을 비롯해 미국, 일본,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3개국에서 온 직원 21명이 자유롭게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 도시바, 미국 게임개발업체 블리자드, 구글, 한국 LG 등에서 일한 IT, 헬스케어, 모바일 분야 전문가다.

메트라이프는 싱가포르에서 보험 영업조차 하지 않는데도 2015년 본사 R&D센터를 이곳에 세웠다. 루먼랩의 지아 자만 최고경영자(CEO)는 “적은 규제, 금융허브의 탄탄한 인프라, 영어 사용이 자유로운 환경 때문에 싱가포르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루먼랩은 메트라이프가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시장에서 선보일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엔 인도 시장에 적용할 가상현실(VR) 기반의 보험 상담서비스를 내놓았다.

싱가포르 금융당국(통화청)이 2016년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에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를 도입하자 루먼랩도 문을 두드려 올해 6월 적용 대상에 선정됐다. 루먼랩이 현재 규제 샌드박스에서 실험하는 것은 블록체인을 접목한 보험 서비스 ‘비타나’다. 임신부가 병원에서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으면 진단 결과가 블록체인을 통해 보험사로 즉시 전달돼 보험금이 실시간으로 지급되고, 이 결과가 다시 병원과 금융당국에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싱가포르 규제 샌드박스에서 개인 의료정보를 비롯해 블록체인 신기술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만 CEO는 “‘규제 프리’ 인프라 못지않게 금융당국의 적극적 대응과 열린 마음도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당국에 문의하면 즉각 피드백이 온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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