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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이 키운 ‘이호진 황제 보석’ 논란

입력 | 2018-11-13 03:00:00

자택-병원 거주조건으로 병보석
2년전부터 “이탈” 잇단 제보에도 법원-검찰 책임 떠넘기며 팔짱
이호진, 7년8개월간 불구속 재판 이어와
최근엔 “주치의와 술마셔” 증언… 병원측 “자살징후에 한차례 외식”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도 병보석 등으로 7년 8개월 동안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56·사진)의 보석 취소 여부가 다음 달 12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이 보석의 전제 조건인 자택과 병원으로 한정된 거주지를 이탈했다는 증언이 2년 전부터 나왔지만 검찰과 법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보석 취소 여부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전 수행비서 “술 마시고 흡연, 호화 쇼핑” 폭로

이 전 회장이 환자가 아닌 일반인처럼 생활한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약 2년 전이었다. 2016년 9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간암 3기 환자로 보기 힘들다”며 이 전 회장이 집과 병원이 아닌 사찰 등에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검찰에 보석 취소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보석이 취소되진 않았다.

앞서 4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21일 수감된 이 전 회장은 1심 도중 구속집행정지로 수감 62일 만에 풀려났다. 이어 2012년 6월 29일 2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게 병보석을 허가했다. 법원은 간암, 대동맥류 질환 등 건강상의 이상을 호소한 이 전 회장에게 집과 병원만 오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2심 재판 역시 1심과 같이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파기환송심은 3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1, 2, 3심과 파기환송심, 재상고심을 거치는 7년 8개월 동안 병보석이 그대로 유지돼 구속을 피했다.

하지만 최근 이 전 회장의 전 수행비서가 언론을 통해 “이 전 회장이 올해 초 서울 마포와 강남, 이태원 일대 술집에 자주 들렀다”고 폭로해 보석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수행비서는 “주치의와 함께 술을 자주 마셨다” “건강검진을 했는데, 이상이 없었다”는 증언도 했다. 골프 라운딩, 영화 관람, 액세서리 호화 쇼핑을 즐긴다는 폭로도 있었다.

이 전 회장은 과거 입원 치료를 받았던 서울아산병원에 현재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지난해 주치의가 이 전 회장의 자살 징후를 느껴 의사로서 환자의 위험한 상태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밖에서 만나기로 해 한 차례 식사를 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이 전 회장 측근, '골프장 로비' 의혹 사건 관련 기소될 듯

형사소송법상 보석 취소는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하는 경우 가능하다.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하거나 검찰의 취소 청구를 받아 결정한다. 이 때문에 이 전 회장의 장기 보석에 검찰과 법원 모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검찰이 이 전 회장의 보석을 반대했음에도 법원이 강행한 것”이라며 “최근 시민단체들이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취소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원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적인 취소 청구가 없었다. 진정서나 의견서를 전달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다음 달 12일 재파기환송심 법정에 처음으로 선다. 보석 취소 여부가 이날 결정될 것으로 법조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르면 이달 내 기소 의견으로 이 전 회장의 측근인 A 씨 등 임직원 6명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강원 춘천시 휘슬링락골프장의 상품권 81억여 원어치를 태광그룹 계열사 16곳의 자금으로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다만 경찰은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증거 수집 단계"라고 밝혔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정훈 / 수원=이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