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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제2 본사 유치전쟁 후유증

입력 | 2018-11-13 03:00:00

롱아일랜드시티-크리스털시티, 뉴욕-워싱턴 인근 2곳 낙점 검토
아마존, 이르면 이번주내 발표
238개 도시 유치전 뛰어들어
“결국 대도시 근처로 결정되나… 성장의 부익부 빈익빈만 가속”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아마존의 제2본사 유치 계획이 환영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아마존 제2본사가 한 도시가 아니라 뉴욕주 롱아일랜드시티, 버지니아주 크리스털시티에 분산 유치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아마존이 유치전을 미끼로 신청서를 낸 도시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유인 상술’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CNN은 롱아일랜드시티, 크리스털시티 내에서도 제2본사 유치 반대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이르면 이번 주 제2본사 유치 도시를 정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지난해 9월 시애틀 본사와 비슷한 규모의 제2본사를 북미 도시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2본사를 유치하는 도시에서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향후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에 238개 도시가 제안서를 내며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다. 미국 도시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멕시코 도시들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뉴저지주 뉴어크시는 아마존에 70억 달러 규모의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고, 조지아주 스톤크레스트시는 도시 이름을 아예 아마존으로 바꾸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를 평생 시장으로 모시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놓았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시장은 아마존닷컴에서 1000개의 물건을 산 뒤 별점 다섯 개 리뷰를 일일이 남기기도 했다.

이후 아마존은 올해 1월 최종 후보 도시 20개를 압축해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뉴욕주 롱아일랜드시티와 버지니아주 크리스털시티 쪽으로 기울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아마존의 제2본사가 경제수도 뉴욕과 정치수도 워싱턴 등 고도로 성장된 지역 인근에 유치되면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는 8일 “아마존이 자사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보다 (사회적 책임 같은) 더 큰 목표를 갖고 있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지만 이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아마존이 향후 사업 확장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위해 제2본사 유치전을 열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지역자립연구소(ISLR)의 스테이시 미첼 소장은 6일 뉴욕타임스에 “아마존은 공모전을 통해 도시들의 미래 인프라 개발 계획 같은 정보를 수집했다”며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 향후 이 정보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력 도시로 거론되는 롱아일랜드시티와 크리스털시티에서도 아마존 제2본사 유치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이나 IT 기업 집결지인 실리콘밸리 사례처럼 아마존 제2본사가 들어오면 교통 혼잡이 심각해지고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11일 두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이미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뉴욕에서는 또 다른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이 사무실을 확장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임차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2022년까지 뉴욕 맨해튼 웨스트빌리지 지역에 1만2000명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도록 사무실을 지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롱아일랜드시티와 크리스털시티가 아마존에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마존에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금 낭비’ 논란도 있다. 마이클 지어내리스 뉴욕주 상원의원은 CNN에 “지구상 가장 부유한 기업에 부족한 공공 재원을 지급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 아마존이 제시한 제2본사 유치 도시 조건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
―승용차로 45분 정도의 거리에 공항이 있을 것
―2∼5km 내에 주요 고속도로가 있고, 대중교통 접근 용이할 것
―명문대 인근일 것
―최대 74만 m²의 부지를 제공할 것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