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021년까지 CU, GS25 등 600여 점포 판매권 회수 조치 점주들 “수익의 절반 이상 줄어, 직원 모두 해고해야 할 판”
서울의 한 로또 판매 편의점
정부가 2021년 말까지 CU, GS25 등 편의점 법인 본사에 부여된 로또 사업권을 모두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가맹점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복권 판매인을 모집할 때 취약계층을 우선시하는 복권법 입법취지를 고려한 조치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정작 피해는 소상공인이나 다름없는 개별 가맹점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돼 있기 때문이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9일 제123차 복권위원회를 열고 편의점 법인 본사에 부여된 로또 판매권을 3년 뒤 회수하는 내용의 ‘로또 편의점 법인 판매권 회수 방안’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편의점 법인들의 경우 2002년부터 판매가 시작된 로또 판매 수익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가져가고 있다”며 “이는 취약계층에 복권 판매 우선권을 주도록 하는 내용으로 2004년 제정된 복권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어서 이번에 법인부터 우선 회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로또 판매사업권 회수에 따른 금전적 피해가 본사에는 미미하지만, 개별 가맹점주들에게는 적지 않다는 점이다.
CU의 10월말 현재 점포수는 1만3109개에 달하지만 로또 판매 점포수는 193개로 로또 판매점 비율이 1.5%, GS25는 10월 말 기준 총 1만3018개 점포 중 로또 판매점은 363개로 비율이 2.8% 불과하다.
이는 곧 가맹본사와 각 가맹점이 계약관계에 따라 가맹수수료를 나누는 사업 구조상 판매점 비율이 매우 낮은 로또 판매점을 회수해도 본사는 타격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편의점 점주 A씨가 운영하는 점포의 경우 한 달 평균 매출 6000만원의 절반가량인 3000만원을 로또 판매를 통해 올리고 있다.
수수료율 0.5%를 적용하고, 가맹본사와 나누고 A씨가 손에 쥐는 가맹수익금은 약 100만원 선이다.
이는 A씨가 가맹본사와 이익금을 나누고, 아르바이트 직원 4명의 임금을 제하고 손에 쥐는 월평균 수입 200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더구나 로또는 손님들을 불러모으는 ‘미끼 상품’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로또 판매권 회수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금전적 피해는 더 커진다.
A씨는 “로또 판매권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편의점을 더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내년 최저임금 시급이 8350원으로 크게 오르면서 현재 고용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 4명을 모두 해고하고 혼자 16시간을 일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로또 판매권까지 빼앗기면서 두 딸을 비롯해 가족들의 생계를 챙길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B편의점주는 “우리도 소상공인이나 마찬가지이고 로또 회수로 인한 피해는 점주들이 고스란히 지는데 대기업 편의점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권을 회수한다고 하니 억울한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특히 경영이 어려운 점포부터 로또 판매 기계를 넣어준 것을 고려할 때 이를 회수하면 앞으로 적지 않은 점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아무런 대안도 없이 이를 일괄적으로 회수하는 것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실제 CU의 경우 1개 직영점을 뺀 192개 가맹점에, GS25는 6개 직영을 제외한 나머지 351개 가맹점에 로또 기계를 설치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복권법 취지에 따라 취약계층에 우선 혜택이 가게 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법인부터 판매권을 회수하게 됐고, 점주들을 고려해 3년 유예도 한 것”이라며 “이미 5년 전부터 검토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