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치러지는 2019학년도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수능 선물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직장 동료, 친지 자녀의 수능이 일종의 경조사처럼 여겨지면서 격려의 의미가 담긴 선물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경기도내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오모 씨(33·여)는 올 수능에만 4명의 수험생을 챙겨야 한다. 오 씨의 시댁과 친정에 수험생이 한 명씩 있고, 직장상사 두 명의 자녀도 나란히 수능을 치르는데 누구는 챙기고 누구는 안 챙길 수 없어 네 명을 모두 챙기기로 했다. 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 씨가 생각한 선물은 한 사람당 3만~5만 원선. 네 명을 합치면 12만~20만 원을 쓰게 된 셈이다. 오 씨는 “지난해에도 주위에 수험생이 있어 챙겼는데 올해는 넷이나 되니 지출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DB
이처럼 수능이 일종의 경조사가 된 것은 대학 진학이 개인은 물론 한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수험생 가족의 지인들도 ‘국민 행사’인 수능을 모른 척 지나치기 쉽지 않다.
수능 시즌에 각 기업이 선물용 제품을 쏟아내면서 선물을 주고받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도 있다.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체면과 의례적인 인사치레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와 기업의 이윤추구가 결합돼 수능 선물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는 것”이라며 “물질적·형식적 응원에서 탈피해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마음을 전달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