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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았던 PS, 온 밤 지새운 ‘주인공’ 한동민

입력 | 2018-11-14 09:30:00

2018 한국시리즈(KS) MVP SK 와이번스 한동민(왼쪽에서 두번째)이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6차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번 포스트시즌(PS) 정말 드라마 같지 않았어요?”

생애 첫 한국시리즈(KS)의 여운은 꽤 길었다. 우승과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동시에 안았다. 2018시즌의 마지막을 ‘최고의 하루’로 장식한 SK 와이번스 한동민(29)은 벅찬 마음에 온 밤을 지새웠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남모를 고충이 많았다. 그에겐 이번 PS가 가을 데뷔 무대였다. 긴장과 부담이 겹친 탓인지 방망이가 제 힘을 쓰지 못했다. PS 11경기 타율이 0.167이다. 대신 몸이 특유의 ‘한 방’을 기억했다. 플레이오프(PO) 5차전 끝내기, KS 선취점, 우승을 확정지은 결승 타점 모두 한동민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전부 그라운드 상공을 시원하게 가른 홈런이었다.

한동민은 13일, “중요한 때 결과를 못내 미안함이 컸고,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마지막 단추를 잘 끼웠다”며 “우승을 했다는 실감이 안 난다. 밥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들뜬 마음에 잠을 못자다가 아침 7시 30분에야 잠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SK 한동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하나만 꼽기엔 기억에 남는 순간이 너무 많다”는 한동민의 머릿속에 가장 선명한 자국을 남긴 장면은 의외로 홈런이 터졌을 때가 아니다. “KS 3차전에서 좋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3-0으로 앞선 2회 내야 안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당시 슬라이딩을 했는데, 몸이 마음대로 반응하더라. 값진 순간이었다. 그 때 가장 큰 희열을 느꼈다.”

PS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한동민은 “한 시즌, 또 가을 야구라는 큰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경험이 쌓였다. 베테랑들을 보면 자신만의 루틴이 확실히 있다. 나에 대해 조금 더 연구하고, 알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힘들면 한없이 아래로 빠지는 시기도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더 성숙해져야 한다”며 “(가을 야구가)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거다. 또 큰 경기를 할 날이 오면 이번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을 이끌어 또 우승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동민은 KS 6차전이 열리는 잠실로 향하기 직전 룸메이트인 최정과 짧은 각오도 공유했다. “우리 꼭 우승하고 이 방으로 돌아오자.” 둘은 약속을 지켰다. 최정이 동점, 한동민이 결승 홈런으로 팀의 통산 4번째 우승을 합작했다. ‘홈런 듀오’는 2018년 SK가 펼친 가을 드라마의 주역이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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