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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여도 20분만에 저절로 꺼져… 시몬스 ‘안타는 침대’ 첫 시판

입력 | 2018-11-14 03:00:00

난연소재 신소재 매트리스 개발




한국시몬스와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이 공동 진행한 난연 매트리스와 일반 매트리스의 실물 규모 화재 시험 장면. 왼쪽 사진이 한국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이고 오른쪽이 일반 침대 매트리스다. 한국시몬스 제공

9일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당한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나 전기장판을 라텍스 매트 위에 깔고 자다 불을 낸 12일 동두천 화재의 공통점은 매트리스가 이른바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8월 발표에 따르면 휴대전화 리튬배터리로 인한 화재 건수가 2016년 18건에서 2018년 39건으로 늘었는데 발화 지점은 대부분 집안 침대 매트리스 위였다. 스마트폰을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배터리에서 생긴 불길이 매트리스로 옮겨 붙어 발생한 화재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침대 매트리스 화재는 특히 매트리스가 ‘플래시 오버(화재 초기 단계에서 연소물의 가연성 가스가 천장 부근에 모이고 이것이 일시에 인화해서 폭발적으로 방 전체에 불꽃이 도는 현상)’를 일으켜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그만큼 매트리스는 화재에 취약하다.

이렇게 매트리스와 연관된 화재가 빈번히 일어나지만 침대 매트리스 관련 화재안전 기준은 취약하다. 현재 국내 침대 매트리스 관련 화재안전성능 기준은 ‘KS G 4300’ 및 ‘KS F ISO12949’ 등 두 가지다. 이 중 ‘KS G 4300’은 국내 침대 매트리스 관련 화재안전성능 검사의 기준으로 쓰인다. 하지만 ‘KS G 4300’의 경우 침대 매트리스 소재에 담뱃불 등으로 불을 붙여 얼마나 불이 잘 붙는지와 화재 시 손상범위 등을 육안으로 관찰하는 데 그치고 있어 화재 위험성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KS F ISO12949’는 국제표준인 ‘ISO 12949’에 부합하는 기준으로 화재 시 인명 안전과 대피 가능 여부 등 실제 위험요소를 평가하며 총 30분의 시험 중 최대 열방출률이 200kW 이하, 최초 10분간에 걸쳐 총 열방출량은 15MJ(메가줄)를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 규정은 강제성이 없었다. 따라서 많은 침대 업체들은 국제 표준보다는 국내 표준인 ‘KS G 4300’에 부합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시몬스침대는 국내 최초로 자체 생산해 유통·판매하는 매트리스를 모두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難燃) 소재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침실 내 화재 사고가 증가하면서 매트리스가 대형 화재를 불러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자 매트리스 제조 기업으로서 선제적으로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준수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안정호 한국시몬스 대표는 “최근 매트리스 화재나 라돈 침대 이슈 등을 보면서 침대회사 대표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생활 화재안전과 관련한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의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 시설과 양질의 수면 연구개발(R&D)센터를 보유한 한국시몬스는 2016년 난연 소재 개발에 착수해 올해 초 화재 안정성을 향상시킨 신소재 ‘맥시멈 세이프티 패딩’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신소재를 쓴 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는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다.

신소재 개발에 성공한 한국시몬스는 신소재를 적용한 침대 매트리스가 국제표준(ISO 12949)과 국내 표준시험방법(KS F ISO 12949)를 모두 만족하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에 침대 매트리스의 열방출률 측정에 관한 표준시험을 의뢰했다. 그 결과 한국시몬스의 난연 소재 침대 매트리스는 국제 기준과 국내 기준 모두를 충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실험 결과 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는 실험을 위해 불을 붙이자 그을음이 생기긴 했지만 불길이 매트리스에 옮겨 붙지 않고 작은 불씨만 남은 상태로 20분간 조금씩 타들어가다가 자연 소화됐다. 이에 반해 난연 소재를 적용하지 않은 침대에는 불을 붙이자 불길이 번지고 매트리스가 녹아내리기도 했다. 발화 후 4분여 만에 화재 확산으로 강제 진화해야 하는 제품도 있었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난연 소재 매트리스 개발을 완료했지만 한국시몬스는 고민에 빠졌다. 시판을 하려니 가격이 걸림돌이 된 것.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여서 경쟁사보다 가격대가 높은데 여기에 신소재까지 활용했으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 한국시몬스 측은 “난연 소재 개발에 들어간 R&D 비용과 생산 단가 상승 부분 등을 고려할 때 사양 및 사이즈에 따라 최대 30∼40% 원부자재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라 해도 한꺼번에 30% 이상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들의 심각한 저항이 생길 수 있다. 고심 끝에 안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한국시몬스가 난연 소재 매트리스를 개발하기로 한 이유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10%로 최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번 난연 소재 매트리스 출시는 시몬스가 품질뿐만 아니라 생활 화재와 안전에도 신경 쓰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