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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에 좋은 초유비누… 1만원 넘는 가격에도 잘 나가요”

입력 | 2018-11-14 03:00:00

[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7>‘오!은하수공방’ 김수연 대표




아토피로 잠 못 드는 아이를 위해 부모님의 목장에서 생산한 초유, 직접 재배한 꽃 분말, 미생물배양기로 직접 발효시킨 발효액 등 천연 재료를 동원해 초유비누를 만들었다는 김수연 대표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건강한 피부를 갖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12일은 경북 구미시 선산읍의 선산봉황시장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뻥튀기 기계에서 갓 나온 과자 향, 고소한 참기름 냄새 등이 진동했다. 호박과 고구마, 발그레한 사과에 찹쌀 도넛, 아이들 옷과 양말 등을 팔기 위한 상인들로 시장은 시끌벅적했다.

“우리 시장의 오일장은 조선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경북 최대 규모예요. 오일장이 서는 날엔 행상들이 3000여 명 모입니다.” 김수연 ‘오!은하수공방’ 대표(39)는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설명했다. ‘오!은하수공방’은 비누 제작 과정을 배우고 익히는 공방 겸 판매장이다.

시장 곳곳엔 젊은 고객들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이마트의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가 문을 연 뒤로 젊은 고객들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20여 년 비어 있던 상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는 김 대표가 상인회를 설득해 유치한 성과다. 유통가에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청년상인들이 손잡은 ‘신(新)상생 유통 모델’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의 공방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앞쪽에 자리하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자 젖소가 그려진 우유갑 모양의 포장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김 대표의 대표상품인 ‘초유비누’였다. 김 대표가 학술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만든 것으로, 소가 송아지를 낳은 첫날 짠 초유 원액으로 만든 비누다. 단백질과 항체 등 초유에 들어 있는 성분과 알부민, 카제인 등 피부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전문기관의 인증까지 받았다.

간호사로 일했던 김 대표는 둘째아이를 낳으면서 병원 일을 접었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해낸 아이템이 초유비누였다. 첫아이가 아토피로 고통스러워해 아토피를 완화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컸고, 친정아버지와 함께 목장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피부가 촉촉하고 부드럽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 “목장의 남는 초유로 엄마가 피부 마사지를 하신다는 얘길 들었어요. 초유로 비누를 만들면 아이 피부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초유 분량은 1.5∼2L 정도. 목장에선 막 낳은 송아지에게 이 초유를 배불리 먹이지만, 송아지들이 먹다 남은 것은 대부분 버린다. 김 대표는 이 초유를 비누의 주재료로 삼았다.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약에도 손이 떨리는 부작용을 겪던 아이는 초유비누를 쓰면서 아토피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됐다. 김 대표는 아토피를 앓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선산봉황시장을 지나다 우연히 청년몰 창업 지원 공고가 적힌 현수막을 발견했다. “그날이 지원 마감 날이었어요. 2, 3시간 만에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제출했고, 운이 좋게도 지원 대상에 선정됐어요.”

초유비누는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다. 공방이 매월 300만 원가량의 매출을 꾸준히 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효자상품이다. 90g 초유비누의 인터넷 판매가는 1만2000원(매장 판매가 1만 원). 다소 비싼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들이 적잖지만, 재구매율이 80%에 달한다. 단골 고객이 늘면서 입소문도 났다.

“누가 그 큰돈을 주고 비누를 사겠느냐”며 놀리던 친정아버지는 지금은 든든한 지원자가 됐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경북 밀알농장의 초유를 이용해 비누를 만들고, 캐모마일과 쇠비름 등 비누에 필요한 향은 밭에서 직접 재배한 식물을 분말로 만들어 첨가한다. “먹을거리와 다르지 않더군요. 재료가 좋으니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더라고요.”

비누 제작을 배우고 싶다는 고객들의 문의도 이어졌다. 시장 건물에 수업을 할 수 있는 40평 아카데미 공간을 낼 정도로 공방의 규모가 커졌다. 김 대표는 공방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의 직업훈련, 초등학교의 방과후수업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장래 계획을 묻자 그는 “소일거리로 시작했는데 사업가의 꿈을 꾸게 됐다”며 “주문이 늘어나면서 사업 규모를 키우고 대량 생산을 위한 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내년엔 제조와 서비스를 분리하고 2020년부터는 해외시장으로 수출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을 돕기 위한 마음으로 일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그에게서 향긋한 비누냄새가 느껴졌다.

선산=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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