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병원 등 금주구역 지정
그래픽=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금주구역 범위를 좁게 정한 건 과거의 실패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9월 대학 캠퍼스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려다가 주류업자와 지역 상인의 반발로 뜻을 접었다.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2013년 4476명에서 지난해 4809명으로 늘었다. 청소년의 위험 음주율(한 번에 소주 5잔 이상을 마시는 비율)은 2014년 47.5%에서 올해 52.5%로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인식조사에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음주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국민적 공감이 커졌다. 응답자의 94.3%가 초중고교 내 음주 제한에 찬성했고 93.2%가 다른 음주자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9조4524억 원)은 흡연(7조1258억 원)이나 비만(6조7695억 원)보다 크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우선 누가 봐도 음주를 하지 말아야 할 곳부터 규제하기 시작해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술꾼이 스스로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술 한 병에 든 알코올 총량을 겉면에 표기하고 알코올 섭취가 얼마이면 위험한지도 함께 넣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다수의 선진국이 음주행태를 점검할 수 있는 알코올 섭취량 환산법을 알리고 있다. 한국은 소주와 맥주 모두 한 잔당 알코올이 7g 들었다고 가정해 하루에 7잔 이상이나 한 주에 14잔 이상 마시는 경우를 고위험 음주자로 본다.
복지부는 내년 초 이런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계도 기간을 거쳐 이르면 2020년 상반기 시행한다.
금주 정책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금주 정책이 파악된 168개국 중 거리나 공원에서의 음주를 제한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캐나다 등 102개국이다. 영국은 공공장소에서 불쾌한 행동을 한 음주자를 체포할 수 있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州)에선 공공장소에서 술을 갖고만 있어도 최고 1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물린다. 노르웨이는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주류광고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양재진 알코올중독전문 진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알코올 중독 질환자 중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12.1%에 불과하다”며 “고위험 음주자가 도움을 청할 곳을 곳곳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