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어제 같은 오늘이 아무튼 계속 되기를

입력 | 2018-11-14 03:00:00

[동네 책방의 진열대]<4> 동두천 ‘코너스툴’




독서, 글쓰기, 출판물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기 동두천시의 책방 ‘코너스툴’. 코너스툴 제공

처음 이 책을 펼친 곳은 책방 구석의 내 자리였다. 책상 위 잡동사니를 무심하게 옆으로 밀어 놓은 채 불편한 자세로 책을 읽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책상 정리를, 아니 책방 대청소를 했다. 무질서의 세계 속에 있는 질서를 신봉하는 나를 움직이게 만든 이 책은 김교석 작가의 ‘아무튼, 계속’(위고).

작가는 “누군가 한참 달리다 뒤를 돌아봤을 때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처럼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라며 글을 시작한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수영하는 루틴을 위해 술 약속을 피하고, 봄이 오면 영화 ‘4월 이야기’를 보며, 어김없이 꽃시장엘 간다. ‘체크인 한 호텔방’ 같은 집을 유지하려 귀가 직후 20분은 집안 정리에 몰두한다는 법칙을 지킨다. 수집하는 ‘피규어’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닦고 또 닦는다. 듣던 음악을 듣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 옷을 계절마다 구매한다.

혹자는 다소 고지식하고 빡빡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 만족스럽다 느끼는 사물과 순간, 그리고 환경을 잘 아는 사람만이 가지는 자신감을 나는 발견했다. 책 표지에는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오늘과 내일을 어제처럼 살고 싶다는 사람의 일상은 왜인지 무척 믿음직스러웠다.

문득 2년 전 책방을 시작하던 때를 떠올려 본다. 결단과 오픈은 빠르고 쉬웠다. 오히려 공간을 지속하는 일, 그러니까 ‘아무튼’ 책방을 ‘계속’하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 책을 읽은 뒤 이 일상을 지키려 어떤 공식들을 만들고 쌓아왔는지 반추하며, 앞으로 공간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했다. 나는 매일 고무나무에 물을 주고, 독서모임을 준비하고, 책방에서 있었던 일을 빼곡하게 기록한다. 책방 한쪽 구석에 계속 앉아있을 수 있길 비는 나름의 의식을 매일 치르고 있다.

만약 당신만의 성실한 루틴을 통해 꽤 만족스러운 어제를 보냈다면, 당신의 오늘과 내일도 모쪼록 ‘아무튼, 계속’되길 빈다. 그런 날들 가운데 하루 정도는 동네 책방에서 책 한 권을 골라 집으로 돌아가기를. 그렇게 괜찮은 일상이 내게도, 당신에게도 계속되리라 믿어보고 싶은 가을이다.

○ ‘코너스툴’은

이름처럼 권투선수가 링에서 싸우다가 잠시 쉬는 구석자리 같은 공간이 되고자 한다. 인문과 문학, 예술 분야 책과 독립출판물을 주로 판매하고, 다양한 소모임을 운영한다.
 
김성은 ‘코너스툴’(경기 동두천시 동두천로·지행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