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M&A 자문 등 영역 특화… 덩치 작은 중소 금융사 경쟁력 키워
세계 주요국은 대형 금융사의 몸집을 키워 ‘글로벌 플레이어’로 뛰게 하는 한편 중소형사는 특화 영역을 공략해 공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있다.
선진국 금융시장은 소수의 대형사와 다수의 전문화된 특화 중소형사로 나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중소형 특화은행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 벤처캐피털만을 대상으로 하는 벤처금융 전문은행이다.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미국 벤처기업의 절반이 SVB와 거래할 정도다. 2006년 6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였던 SVB 자산 규모는 올해 9월 말 565억 달러(약 63조8000억 원)로 급성장했다.
영국에서는 금융규제 완화와 함께 중소기업·소매금융에 특화된 은행이 대거 등장했다. 2013년 소규모 특화은행의 진입 자본을 500만 유로에서 100만 유로로 낮추면서 ‘챌린저 뱅크’로 불리는 중소형 은행이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아톰뱅크는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6월 저축계좌 서비스를 시작한 아톰뱅크의 예금 보유액은 3월 말 현재 14억4000만 파운드(약 2조1000억 원)에 이른다.
미국은 ‘부티크 투자은행(IB)’으로 불리는 중소형 금융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라지드, 그린힐, 에버코어 등이 대표적이다. 인수합병(M&A) 자문 같은 전통 IB 업무를 중심으로 지역, 자산가그룹, 업종별로 비즈니스를 세분화해 전문 영역을 구축했다.
이신영 KDB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한국도 특화된 중소형 금융사를 함께 키운다면 금융 부문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