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육아템(육아+아이템의 줄임말)을 찾았다. 저비용 고효율을 자랑한다. 바로 밴드(Band). 상처 났을 때 붙이는 그 밴드 말이다. 어릴 적엔 밴드라고 하면 ‘대일밴드’가 전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각종 캐릭터가 그려진 밴드, 규격도 동그라미, 네모, 작은 네모, 큰 네모, 왕 큰 직사각형 등등 다양하다. 어른들 눈엔 다양한 종류의 밴드들지만, 아이들에겐 그저 다양한 종류의 ‘스티커’다. 그것도 떼었다 붙였다 여러 번 할 수 있는. 좋아 죽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완소템(완전 소중한 아이템의 줄임말) 일테다.
일단 아이에게 밴드는 스티커다. 일단 처음 밴드를 마주한 아이는 밴드 포장을 벗기기 조차 벅차다. 손을 사용해 뭔가를 벗겨내기까지 과정이 오래 걸렸다. 벗긴다기보다는 찢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간혹 힘 조절 실패로 포장을 벗기다 안에 있는 밴드가 찢어지는 ‘진돗개 2(군대 용어로 전면전 직전의 상태를 일컫는 말. 진돗개 3은 평시, 진돗개 1은 전시) 수준의 비상사태가 올 수 있음에 유의하자. 밴드의 끈끈이를 보호하는 엄지손가락 모양의 껍질은 잘 벗겨 내지만 제대로 붙이지도 못 한다. 하지만 점차 밴드 다루는 솜씨가 일취월장한다. 일단 이런 과정에서 손의 근육이 발달한다.
아이가 밴드를 붙이는 곳은 ’사방팔방‘이다. 바닥은 기본이요, 책, 냉장고, 의자 등 집안 곳곳은 물론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밴드가 발견되기도 한다. 변기 옆에서 발견되는 건 뭐지? 심지어 수박에도 붙인다. 밴드는 상처 난 부위에만 붙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엄청난 창의력을 가지고 있는 천재가 아닌가하는 착각도 갖게 될지도 모르니 유의하자.
간혹 밴드를 붙이다 보면 (우리 어른들도 겪는 문제인데) 밴드의 끈끈이 부분이 서로 붙거나, 밴드 일부가 끈끈이에 붙어 버리는, ’진돗개 2‘ 수준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유의하자. 한번 밴드가 끈끈이에 잘못 붙거나 밴드가 말려 버리면 원상복구도 안 된다. 애는 애 대로 밴드가 원상 복구 되지 않음에 원통해 하며 통곡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동생의 이마에도 밴드를 붙이면서 “아프지마, 누나가 밴드 붙여 줄께”라고 말하더라. 나이팅게일이 환생한 줄 알았다. 몸에 붙여준 밴드는 쉽게 떼지도 못한다. 아이는 나름 아픈 엄마 아빠를 위해 밴드를 붙여줬는데, 그걸 땐다는 건 성의를 너무 무시한 처사일 테니까.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밴드를 현명하게 떼는 고민을 하는 슬기로운 아빠가 되도록 하자. 지금도 우리 집 바닥 곳곳엔 밴드가 붙여져 있다. 왜 떼어 버리지 않느냐고? 아이가 갑자기 “그 밴드가 어디 있지?”라며 밴드를 찾아다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밴드를 붙여 놓으면 어느 순간 그 밴드를 또 떼고 붙이며 놀곤 한다. 장난감을 안 치운다는 개념이랄까??
밴드를 약국에서 구매할 때 유의할 점이 또 있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술자리가 많다. 한 번은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밴드라도 하나 사들고 가야겠다며 약국을 찾았다. 실패했다. 밤늦게 문을 연 약국이 있을 리가. 어렵게 찾은 먹자골목 한 복판의 약국엔 캐릭터 밴드는 안 팔더라. 약국은 일찍 닫기 때문에 미리 미리 사 놓는 센스를 발휘 해보자. 밴드 놀이는 아이가 약 40개월 정도 될 때 까지만 유효하다고 한다. 만 4세의 아동에게 밴드를 사다주는 슬기롭지 못한 행동은 삼가도록 하자. 글을 쓴 김에 밴드 하나 사러 가야겠다. 새로운 캐릭터 밴드가 들어 왔으려나?
P.S. 아가들아. 얼마든지 이곳저곳에 밴드를 붙여도 좋으니, 부디 진짜 상처에 밴드를 붙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