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등 30여개 혐의…양승태 등 조사 뒤 추가기소 방침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3개 증설로 전현직 법관 줄기소 대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의 중간 책임자로서 핵심 역할을 맡은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첫 기소다.
또 검찰은 오는 19일 오전 9시30분에 이 사건 ‘윗선’인 박병대 전 대법관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조사한 데 이어 두번째 전직 대법관 소환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임 전 차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무상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진법 위반▲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임 전 차장 기소로 일단락되는 게 아니라 중요 부분 수사가 계속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증거가 계속 보완 중이며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검찰은 19일 오전 9시30분에 임 전 차장의 상관이었던 박 전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박 전 대법관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차 전 대법관에 이어 ‘2차 대책회의’로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정부 인사들과 재판 처리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고영한 전 대법관도 조만간 조사할 예정이며, 이 사건의 ‘정점’이라 평가받는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검찰은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관련 ▲사법행정 비판세력 탄압 등 판사 부당 사찰 ▲판사비리 은폐 등 부당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관련 혐의로 나눠 임 전 차장 공소장을 작성했다. 그 쪽수는 242쪽에 달한다.특히 핵심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형사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소송 ▲일본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직권을 남용하고 공무상비밀을 누설했다고 봤다.
이 밖에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파악 및 평의 내용 유출 ▲‘박근혜 가면’ 처벌 가능성 검토 ▲홍일표·유동수 등 여야 국회의원 관련 소송 검토 ▲박한철 전 헌재소장 비판 기사 대필 등 혐의도 받고 있다.
그외에 ▲부산 법조비리 판사 비위 은폐·축소 ▲‘정운호 게이트’ 영장정보 유출 ▲사법행정 비판 판사들 부당 사찰 ▲국제인권법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 등 탄압 ▲긴급조치 국가배상 인용판결 판사 징계시도 ▲대한변호사협회 등 압박방안 마련 등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임 전 차장의 서초동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를 전개했고, 지난달 15일에는 임 전 차장을 첫 소환 조사했다. 임 전 차장은 4차례에 걸친 소환 조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죄가 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 사실상 혐의를 전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은 한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하는 등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임 전 차장은 구속 이후에도 이전과 같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소환 통보에 불응하는 등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