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년간 질질 끌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위법성에 대해 결국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결론내린데 대해 바이오업계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금융당국이 1년여만에 말을 바꿔 ‘고의 분식회계’라고 하는 것은 규제의 불확실성을 키워 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14일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수년동안 문제삼지 않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갑자기 범법자 취급을 한다면 누가 마음 편히 사업을 하겠느냐”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이번 증선위 결론이 산업 전반의 불안감을 키워 기업의 투자를 크게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문제는 지난 2016년에 불거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로부터 2년뒤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뒤 회계위반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금감원은 지난해 4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에 들어갔다. 그뒤 올 7월 증선위는 이를 놓고 위법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유보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 사안의 위법성을 다시 제기했고 증선위는 수차례 논의끝에 14일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무려 8개월을 질질 끌다가 ‘위법’이라고 판단하는 바람에 바이오업종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엄청난 혼선을 일으켰다.
이날 증권선물위원회는 ‘고의적 회계위반’라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 투자한 미국 바이오젠도 에피스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음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두지않고 종속회사로 뒀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상장을 앞두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비해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한 것이 잘못됐다는 게 증선위의 시각이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하면서 1조8000억원의 흑자기업으로 전환했다.
증선위의 이같은 해석에 바이오업계는 “2016년 감리에서는 괜찮고 2018년은 틀린거냐”면서 “증선위의 이번 결론은 사실상 금감원과 공인회계사협회, 회계법인 모두를 불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과징금 80억원을 의결했다. 또 해당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정회계법인에겐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하고 감사업무 5년 제한, 회계사 4명 직무정지를 건의하기로 했다. 또 안진회계법인도 과실 위반으로 감사업무를 3년간 제한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당분간 매매 정지되며 거래소의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시장에선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 공익실현, 투자자 보호 등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지배적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