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동료들의 누르기 방해(?)를 받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복근 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안영식 스포츠 전문기자
그는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개인 트레이너에게 증상을 얘기했더니 ‘결과적으로’ 족집게 운동 처방을 내려 주더란다. 이제는 치료가 아닌 건강을 위해 헬스클럽에 다닌다는 그는 운동 전도사로 변해 있었다. 필자의 안색을 살핀 그는 “평소 운동 안 하지? 골프 말고 근력운동 말이야. 몸에 근육이 붙으니까 일할 때도 자신감이 붙는다”고 열변을 토했다.
체력은 몸의 종합적 능력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방위체력(각종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과 행동체력(움직임을 일으키고 지속시키며 조절하는 능력)으로 구분한다.
그런 의미에서 TV 드라마 ‘미생’에서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레이션은 곱씹어 볼 만하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먼저 체력을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고 대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는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피로감을 견디지 못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만들어라.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한낱 구호에 불과하다.”
한국 축구의 고질이었던 경기 막판 집중력 저하를 강한 체력 훈련으로 극복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쾌거를 이뤘다. 왕년의 세계 여자골프 최강이었던 안니카 소렌스탐은 시즌 중에도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 취재를 갔을 때 ‘국가대표 선수의 20% 정도는 목 디스크 또는 허리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낼 수 있었을까. 튀어나온 디스크를 엄청난 훈련량으로 만든 강력한 근육으로 감싸고 있어서다.
체력의 요체는 근력이다. 한 전문 트레이너는 근력의 중요성을 ‘벼랑 끝에 매달려 살아남기’ 상황을 가정해 설명했다. 등산을 하다 경사면으로 굴렀는데 다행히 땅위로 드러난 나무뿌리를 붙잡았다. 그 아래는 낭떠러지이건만 발을 디딜 곳이 없어 자신의 체중을 온전히 두 팔의 힘으로만 지탱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살아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근력운동을 하면 신진대사를 높여 비만을 방지하고 성인병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상식이다. 옷맵시는 보너스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근육은 아픔만큼 커진다. 부러진 뼈가 붙으면서 더 강해지듯 근육도 우리 몸의 신비로운 초과 회복 현상 덕분에 커지고 강해진다.
바벨이나 덤벨을 자신의 근력 한계치 이상으로 들어올리면 섬유조직으로 된 근육은 미세하게 찢어지거나 끊어진다. 우리 몸은 이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데 손상된 것보다 초과해서 치료해 주기 때문에 근육이 강화되는 것이다. 트레이너들이 “조금 더, 한 번 더”를 외치고 ‘No Pain, No Gain’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런데 근육도 조화가 중요하다. 수축과 이완이 적절하게 유지되지 못하면 탈이 난다. 몸짱 운동선수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오랜 기간 결장하거나 아예 시즌을 접는 것은 근육이 밸런스를 잃어 초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 사람들을 간단하게 두 갈래로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은 남자와 여자다. 또 하나는 책을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이다. 또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운동은 몸의 근육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길러준다. 이는 인생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심력(心力)의 바탕이다.
은퇴(retire)는 글자 그대로 타이어를 바꿔 끼우는 것이다. 은퇴 후 성공적인 ‘인생 2모작’은 새 타이어처럼 신체나이가 젊어야 가능하다. 신체나이의 잣대는 근력이다.
안영식 스포츠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