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98% 일시수령, 제기능 못해 일정 비율 떼내 국민연금 활용땐 수익률 높이고 보험료 안올려도 돼 가입 근로자 적어 효과 크진 않아
현재 우리나라 노후 소득 보장 구조는 외형상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밑바탕(1층)에 두고, 퇴직연금(2층), 개인연금(3층)이 쌓이는 3층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 연금별로 연계나 통합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아직까지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168조4000억 원에 달하지만 평균 수익률은 1.88%에 불과하다. 수급 자격이 주어진 뒤 실제 연금 방식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는 비율이 2%에 그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머지 98%는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찾아간다. 대부분 자영업 등 제2의 인생을 준비하다 돈을 날려 노후 보장에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방안은 실제 국내에서도 도입된 적이 있다. 국민연금 출범 초기인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총 6%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근로자 2% △사용자 2% △퇴직금 전환금 2%로 구성됐다. 당시 보험료 인상에 따른 근로자와 사용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사가 마련해야 할 퇴직금 준비금을 보험료로 전환한 퇴직금 전환금을 납부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1999년 4월 퇴직금 전환금을 없애고 △사용자 4.5% △근로자 4.5% 등 총 9%로 보험료 체계가 개편됐고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이 26.9%에 불과하고, 전체 근로자의 가입률 역시 절반에 못 미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가되는 재원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윗돌 빼 아랫돌 괴기’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다.
한 전문가는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퇴직연금의 본래 취지에 적합하지만 자칫 보험료 부담을 국민에게만 떠넘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