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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보고’ 장르문학 활성화… 웹툰-웹소설 확장성 주목해야

입력 | 2018-11-15 03:00:00

[스마트시대 문화전쟁 글이 무기다]
<10·끝>기로에 선 한국 콘텐츠 산업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찾은 것도 한국 고유의 이야기다. 내년 1월 공개될 예정인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의 6부작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넷플릭스 제공

한국 콘텐츠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케이팝과 한류 열풍이 불러온 희망의 빛은 영원할 수 없다. 중국은 자국 콘텐츠 산업을 성장시켜 ‘문화 굴기’를 노리고 있다. 한국 문화 콘텐츠가 다른 아시아 맹주의 그늘 아래 주저앉을 수도 있다. 도약이 필요할 때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앞서 9회에 걸쳐 소개한 미국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일본 등의 현장에 비춰 국내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장르문학 재평가, 극한 제작 환경 개선해야

올 6월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작가가 내놓은 신작 ‘오버 더 초이스’(사진)는 출간 일주일 만에 2만 권, 현재까지 3만 권이 팔렸다. 이 작가의 전작들은 일본 대만에서만 100만 권이 판매됐다.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과 ‘7년의 밤’도 10여 개국에 판권을 수출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셜록 홈스’…. 세계적 콘텐츠의 원작이 된 장르문학은 국내에서 여전히 음지의 문화, 오타쿠 문화로 폄훼되곤 한다. 김준혁 황금가지 주간은 “국내에서 이들 장르는 빌려 보거나 쉽게 읽고 버리는 종류로 취급 받는다”고 했다. 미스터리 소설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의 임지호 주간은 “장르문학은 일반 문학보다 영상화가 쉬운 만큼, 그 가치를 인정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는 한때 아시아 맹주를 자처했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급박한 제작 일정 탓에 미완성 화면이 송출되거나, 방영 중 제작진과 배우의 마찰로 주연이 바뀌는 웃지 못할 일이 계속됐다.

‘하우스’, ‘굿닥터’를 만든 데이비드 쇼어의 작가룸 운영방식이 보여줬듯, 치밀한 계획에 기반한 제작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작 인원에 비해 너무 많은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한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는 “미니시리즈의 경우 광고 편성을 위해 ‘주 2회 70분 방송’이라는 틀을 고정시켜 놓았는데, 주 1회 방송도 가능하게 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해 사전 제작이 가능한 시간과 인력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사전 제작 드라마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청신호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관계자는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반(半) 사전제작’이 다시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웹툰과 웹소설 주목, 전통 서사 재해석

탈영병을 추적하는 헌병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 웹툰 판권을 보유한 레진코믹스가 직접 제작에 참여해 영화로 만들고 있다. 레진코믹스 제공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와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만화의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성공한 좋은 예다. 한국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가 대만, 홍콩 등지에서 호평 받는 등 국내 웹툰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네이버웹툰은 영상 제작을 위한 자회사 ‘스튜디오N’을 설립했다. 레진코믹스는 영화사 다이스필름과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에 대한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자체 제작 영화 ‘밤치기’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출품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에서 출발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내년까지 누적 매출액이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 메탈 밴드 ‘아모르피스’는 20년간 10장 넘는 앨범의 노랫말을 핀란드 독자 신화 ‘칼레발라’에 기반해 썼다. 칼레발라는 여타 북유럽 신화에 비해 난해해 응용 콘텐츠가 많지 않다. 헬싱키에서 만난 ‘아모르피스’의 멤버 올리페카 레인은 “외부 신화 전문가에게 의뢰해 핀란드어 가사를 먼저 쓴 뒤 이를 전문 번역가가 영어로 옮기는 식으로 가사를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나라의 신화나 역사, 전통문화에도 활용할 여지가 풍부하다. 국악계에서는 황해도 굿을 응용한 그룹 ‘악단광칠’, 남도 씻김굿을 재해석한 그룹 ‘바라지’ 등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전통 서사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나는 북유럽 신화’의 저자 이경덕 씨는 “단군신화, 삼국유사도 흥미로운 요소와 함께 탄탄한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어, 훌륭한 콘텐츠로 재탄생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임희윤 imi@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