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공동 캠페인 완도군 조약도의 1호 도서관, ‘약산 진달래 작은도서관’
지난달 31일 전남 완도군 약산면 조약도에 개관한 ‘약산 진달래 작은 도서관’에서 초등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은 144㎡ 규모에 장서 3400여 권과 자료실, 열람석, 영유아를 위한 이야기방을 갖췄다. 섬으로 귀농·귀어한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더 쉽게 접하게 됐다”며 개관을 반겼다. 조약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그러나 귀농·귀어(歸漁)를 고려하는 젊은 세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아무래도 문화시설 부족이다. 박성진 씨(41)도 도시에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주민. 미역과 매생이 양식을 하며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운다. “완도읍에 영화관 생긴 게 지난해입니다. 전에는 영화 한 편 보려면 목포 장흥까지 나가야 했지요. 우리 섬은 아이들이 많은 편이어서 공부하고 놀 수 있는 시설이 절실해요.”
올해 초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이 섬에 작은도서관을 지을지를 심사하기 위해 찾자 마을이 술렁였다. 구릿빛 피부에 굵은 팔뚝을 가진 약산면(전남 완도군) 청년회원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작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심사 자리에서 청년회원들은 “도서관이 생기면 정말 열심히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년회는 회의실로 쓰던 청년회관 2층을 내놨다. 기존 집기를 철거할 때, 책장을 들여놓고 리모델링할 때 섬 청년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청년회관 2층에 자리 잡은 ‘약산 진달래 작은도서관’. 조약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언니 집에 놀러왔다가 남편을 만나 약 3년 전 섬에 들어온 동생 현경 씨(31)도 말을 거들었다. “원래 소설책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한데 도서관이 없더라고요.” 자매는 그동안 친정에 갈 때마다 서점에서 책을 사오거나 스마트폰으로 e북을 봤다. “이제는 종이책 페이지 넘기는 맛을 제대로 다시 보겠네요.”
도서관 개관을 가장 반기는 건 역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다. 박제희 군(14)은 “TV에 PC방이나 영화관, 서점이 나오면 부러웠다”고 했다. 약산중 2학년 권혁 군(14)은 “주말이면 30분마다 오는 버스를 타고 완도읍에 있는 도서관까지 책을 빌리러 나갔다”며 “도서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조약도=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