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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립 오케스트라 꿈 이룬 한국의 ‘엘시스테마’

입력 | 2018-11-15 03:00:00


9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성동문화회관 소월아트홀에서 ‘성동구립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정기 연주회를 열었다. 이들은 원곡에 가깝게 편곡돼 연주가 쉽지 않은 ‘핀란디아’도 훌륭히 소화해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9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으로 구성된 ‘성동구립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피아노 트리오, 에델바이스 등에 이어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연주를 선보였다. 성동구청과 성동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제7회 성동구립 꿈의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 자리였다.

단원들이 선보이는 수준급 연주에 객석을 채운 관객 400여 명의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입단 때만 해도 음악이 뭔지, 어떤 악기가 있는지도 몰랐던 학생들이었다. 6년 전 창단 때부터 오케스트라를 이끈 윤용운 지휘자(55)는 “음악 교육이 생경했던 아이들이 악기를 택하고 무대 경험을 쌓으며 차츰 음악적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라며 “오케스트라라는 단체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배우며 의젓해지는 모습에서도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성동구립 꿈의 오케스트라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사업인 ‘꿈의 오케스트라’의 일환으로 처음 출발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청소년 음악 교육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스템) 한국판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사회 청소년들이 음악적 감수성 함양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이다.

2011년 처음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는 8년 동안 전국에서 1만4500여 명이 참여했다. 현재는 전국 43개 기관에서 아동 및 청소년 2700여 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통 해마다 3, 4월경 신규 단원을 충원하고 전문 강사진이 주 2, 3회 수준 높은 음악 교육을 제공한다. 단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학생들은 정기 연주회, 합동공연 등 다양한 무대 경험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 7년 차에 접어드는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은 전국에서 최초로 ‘구립 오케스트라’로 전환되면서 ‘성동구립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거듭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성동구처럼 안정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지속해 전문적인 ‘엘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 교육을 실행할 역량을 갖춘 곳을 자립 거점 기관으로 지정한다.

자립 거점 기관은 엘시스테마 사업의 지역사회 안착과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중장기 발전 전략을 추진한다. 정기 교육과 연주회, 특별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교육 행정 제반을 관리한다. 또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문화 나눔 활동으로 지역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까지 수행하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각 지역의 ‘꿈의 오케스트라’가 지역 특성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자발적인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며 “최초의 ‘구립 오케스트라’로 전환이 된 ‘성동구립 꿈의 오케스트라’처럼 자생력을 갖춘 자립 거점 기관을 늘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