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경험으로 소설 ‘한국에 삽니다’ 펴낸 콜롬비아 작가 안드레스 솔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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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스 솔라노의 책에는 그의 처가 식구와 아내에 대한 솔직한 감정, 한국에서 목격한 성매매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타인의 반응을 걱정했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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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콜롬비아 소설가 안드레스 솔라노(41)는 그의 책 ‘한국에 삽니다’(은행나무·1만3000원·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3년 서울 이태원에서 1년 동안 거주했던 경험을 담은 소설은 허구가 아닌 사실을 기록한 일기에 가깝다. 2016년 콜롬비아 도서관 소설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사위원이던 멕시코 작가 후안 비요로는 “실존적 기록을 통해 타국을 탐험하려 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극찬했다.
요즘 TV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콘텐츠가 무척 많다. 하지만 아무래도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솔라노는 자신이 목도한 현상을 작가적 감각으로 해석하고 상상한다. “일개미들의 행렬처럼 산을 오르는” 한국인의 ‘국민 취미’인 등산을 보면서 “저 위에서 한바탕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라고 되뇌어 보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에는 작가가 자기 내부를 바라보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이곳에서 어떤 의미이고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 때문에 이 소설은 아내와 함께 타지에서 살아가는, 한 이방인 가장의 심리 상태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통장 잔액이 비어 가는 일을 걱정하고, 사소한 일로 아내와 다툰다. 한국에서 처음 접한 신기한 ‘녹말 이쑤시개’를 보며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의 눈을 빌려 한국이란 동일한 장소를 공유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셈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했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시 저는 서울에 처음 살아보는 것이었고 완전히 혼자였죠. 이 책에 쓴 어느 것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콜롬비아에서 저널리스트 겸 소설가로 활동했던 그는 현재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준비하며 영역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줌마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의 단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얼마나 한국에 더 머물 계획이냐고요? 미래야 아무도 모르는 거죠. ‘아줌마 누아르’가 크게 성공하면 아주 오래오래 살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