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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환자, 투병에도 ‘기적의 출산’…“엄마의 꿈 이뤄 행복”

입력 | 2018-11-15 15:05:00

간이식 후 출산에 성공한 박 씨 가족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홍근 교수, 박 씨, 박 씨의 남편, 박미혜 교수) 이대목동병원 제공


선천성 담도폐쇄증으로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한 여성이 힘겨운 노력 끝에 출산에 성공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 때 발견된 ‘담도폐쇄증’으로 카사이(Kasai) 수술과 간이식 수술을 받은 박 모(35)씨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박 씨는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담도폐쇄증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배출되는 통로인 담관이 폐쇄돼 황달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간이 손상되고 결국 간경화와 간부전으로 이어진다. 박 씨는 과거 간문부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담도를 만들어 주는 카사이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카사이 수술이 잘 됐다고 해도 성장 과정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돼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많은데 박 씨도 그런 경우였다.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중 급작스럽게 다시 간 기능이 떨어져 결국 남동생의 간을 이식받았다.

박 씨는 간이식 수술 후에도 담즙이 새어 나오는 합병증으로 수개월 동안 병원 치료에 의지해야만 했다. 이런 그녀가 2015년 9월 결혼 후 3년만인 8월에 3.5㎏의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일반적으로 가임기 여성이라 하더라도 간이식 환자가 아이를 출산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홍근 간센터 교수는 “박씨는 간이식 후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을 투약 중이었던 터라 임신 계획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간이식 후 합병증에 따른 산모의 건강관리를 위해 각종 검사와 약물을 처방해야 하지만 반대로 이런 치료가 태아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며 “병마를 극복하고 아이를 갖겠다는 엄마의 의지와 의료진의 헌신이 기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엄마의 꿈을 이뤄 행복하다는 박 씨는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러블리(Lovely)’에서 이름을 따 태명을 ‘블리’로 지었다”고 말했다.

홍은심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