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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출입증 무기화하면 안돼” 친트럼프 매체도 등돌려

입력 | 2018-11-16 03:00:00

CNN ‘출입정지 해제 소송’ 내자 NYT 등 美언론사 13곳 지지 성명
“백악관 자유로운 질문 막아선 안돼”, 트럼프측 “재량권” 맞소송 검토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매체이자 CNN의 오랜 경쟁사인 폭스뉴스마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충돌한 CNN 기자의 출입을 막은 백악관의 결정에 등을 돌렸다. 폭스뉴스를 포함해 미국의 주요 언론사 13곳은 CNN과 백악관 출입이 정지된 짐 어코스타 기자를 지지하는 성명에 일제히 동참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도 “광범위한 재량권”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 “출입증 무기화 안 돼” 미 언론사들 동참

제이 월리스 폭스뉴스 사장은 14일 성명을 통해 “폭스뉴스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출입증을 다시 얻기 위한 CNN의 법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월리스 사장은 “법정 지지 의견서를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할 작정”이라며 “백악관 기자들을 위한 출입증이 무기화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월리스 사장은 자사 해설자 숀 해니티가 CNN과 어코스타 기자를 비판한 지 몇 시간 만에 강한 톤으로 CNN 지지 의사를 밝혔다.

폭스뉴스 외에도 이날 AP,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폴리티코, NBC뉴스, 퍼스트룩미디어, 개닛, 내셔널 프레스클럽 저널리즘 인스티튜트, 프레스프리덤디펜스펀드, E W 스크립스 컴퍼니 등 12곳이 “언론 자유 침해”라며 CNN 지지에 동참했다.

이들 13개 회사는 성명을 통해 “백악관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독립적인 언론인들이 대통령과 그의 활동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인들의 접근을 마음대로 막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원칙에 따라 CNN과 어코스타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법정 조력자로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 “출입 막을 광범위한 재량권 보유” 반박

트럼프 대통령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매체인 데일리콜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법원이 어떻게 판결할지 볼 것이다. 누군가 끼어들어 고함지르며 질문하는 게 언론의 자유인가”라며 백악관의 출입정지 결정을 옹호했다.

법무부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대통령과 백악관은 언론인에게 인터뷰나 기자회견 질문 기회를 선택적으로 주는 것처럼 언론인의 백악관 접근을 규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broad discretion)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CNN은 여전히 50여 명이 백악관 출입증을 갖고 있다”며 “어코스타 기자는 출입증이 없어도 백악관에 대해 보도하며 업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NN과 어코스타 기자는 13일 백악관의 출입 정지 결정이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와 자유를 제한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수정헌법 5조를 위반했다며 미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미국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1977년 법원은 백악관 비밀경호실이 사전에 정한 기준 없이 기자의 출입증을 빼앗은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한 적이 있다. 이번처럼 기자회견에서의 발언과 태도를 문제 삼아 기자의 출입을 정지시킨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소송이 언론 자유와 백악관의 언론 대응에 관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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