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1917∼2012)은 20세기가 1차 세계대전(1914년 발발)과 함께 시작돼 소련의 붕괴(1991년)로 끝났다며 ‘짧은 20세기’라고 규정했습니다. ‘지극히 자의적인’ 10년 단위 구분을 해볼까요? 한국은 아마도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로 시작해 1997년 외환위기로 끝나는, ‘짧은 90년대’를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간 ‘한국의 세대 연대기’(최샛별 지음·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는 1970년대생을 ‘X세대’로 봤습니다. X세대는 문화적 시각으로 성격을 규정하는 특이한 세대죠. 앞선 ‘베이비붐 세대’나 ‘86세대’와도, 뒤의 ‘촛불 세대’나 ‘88만 원 세대’ 같은 규정과도 다릅니다. 그들의 청년기 역시 봄 비슷한 시절은 생각보다 짧았던 겁니다.
최근 발간된 ‘우리 시대의 스테디셀러’(이근미 지음·이다)를 보니, 1990년대에는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로마인 이야기’ 등 대중적 역사서와 함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스테디셀러로 등장했습니다(출간일 기준). 자기계발서의 이 같은 인기는 당시까지는 전에 없던 사건이었죠.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