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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통해 사전 필터링-프러포즈… “효율적 만남, 젊은세대에 어필”

입력 | 2018-11-17 03:00:00

[위클리 리포트]새 트렌드 소개팅 앱의 명암




‘축하합니다. 소중한 인연과 연결되었어요. 서울에 사는 30대 중반의 A 님은 ○○호텔 직원입니다. ○○대학에서 공부했어요.’

가입자가 100만 명 이상인 ‘정오의 데이트’라는 소개팅 앱을 휴대전화에 내려받은 후 한 여성에게 ‘프러포즈’(앱에서 관심을 나타내는 용어)한 뒤 이런 메시지가 왔다. 기본 인적 사항과 메일, 비밀번호 등만 등록하면 가입된다. ‘프러포즈’ 하려면 캔디(사탕) 쿠폰 20개가 필요하다. 최소 구매 단위인 30개는 4400원, 72개는 5% 할인해서 1만900원, 325개를 사면 17% 할인해주고 ‘인기’라고 태그가 반짝인다.

325개를 3만9600원에 구입해 한 명에게 캔디 5개씩을 써서 여성 7, 8명의 프로필을 본 뒤 3명에게 각각 20개의 캔디를 사용해 ‘프러포즈’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A 씨가 응답을 해온 것이다.

기자는 A 씨가 호텔에 근무한다고 프로필에 적어 아무래도 사람을 잘 대하고 대화가 잘되겠다 싶어 프러포즈를 했다. 그녀는 요가를 하거나 바다를 쳐다보는 모습 등 6장의 사진도 올렸다. ‘유머 있는’ ‘섬세한’이라고 성격을 소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그녀의 취미와 취향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전에 프러포즈를 한 뒤 저녁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 연결이 됐다는 문자메시지가 와서 인사를 건네니 ‘퇴근하셨어요?’라고 답이 왔다. 이날 A 씨와 연결되는 데까지 캔디 약 100개(약 1만3000원)가 들었다.

이런저런 신상을 묻는 문자가 몇 번 오간 뒤 그녀가 “(카카오)톡으로 옮길까요?”라고 제안했다. 앱에서 문자를 나누기는 불편한 것 같다는 그녀의 제안에 전화번호를 교환해 카톡으로 대화를 옮겼다.

“저는 회사가 광화문인데 님 회사는 어디세요.”

“(기자) 저도 회사가 광화문이에요. 커피 한잔 해야겠네요.”

기자는 미혼이지만 취재를 위해 앱에 가입했다는 말은 하지 못해 A 씨와 만날지를 고민 중이다.

친구나 가족에게 소개받아 이성을 만나던 시절은 각종 소개팅 앱 등장으로 크게 변했다.

앱에서 이성의 사진이나 스타일을 보고 대화를 나눠본 뒤 만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결혼정보업체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횟수가 많은 10개 앱(게임 앱 제외) 절반이 소개팅이나 데이트를 주선하는 앱이라는 통계(플랫폼 분석업체 ‘앱애니’ 조사)도 있다. 현재 국내에 줄잡아 200여 개 소개팅 앱이 나와 있고, 상위 20개 앱을 합한 한 해 매출액이 1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 특정 학력, 직장 재직 남녀만 환영, 외모 중시, 연인 되면 환불… 앱 전략도 가지각색

‘스카이피플’은 가입자의 학력과 직업에 제한을 둔다. 대학과 직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직장 이메일을 입력하도록 한다. 특히 남성 회원 가입 조건에 여성보다 세밀한 제한을 뒀다. 나름대로 차별화 전략 덕택에 가입자 수가 18만 명에 이른다.

‘골드스푼’은 가입해 들어가면 자신이 소유한 외제 자동차 사진을 입력하라고 한다. 남성은 전문직, 대기업, 서울 강남 아파트 거주, 외제차 소유 중 하나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가입이 가능하다. 차량 등록증과 주행 거리 등도 입력하도록 해 외제차 실소유 여부를 확인한다. 인증 심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월 가입자도 1000명으로 제한한다.

‘정오의 데이트’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여성들도 주선한다. ‘페어스’는 가입 시 쿠폰 30개를 지급하고 연인 관계가 성사되면 앱에서 사용한 금액을 전부 환불해준다. ‘크리스천 데이트’나 ‘펫앤러버’ 등은 각각 종교와 반려동물 정보를 중심으로 만남을 주선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에게서 소개팅 앱은 효율적이고 친화적인, 가성비와 가심비를 만족시키는 만남의 방식”이라며 “선택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데다 예전에는 오랜 긴장과 갈등을 거쳐야만 알 수 있었던 것을 사전에 필터링해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허술한 소개팅 앱도 확산… 성매매 온상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는 소개팅 앱 홍보 광고가 넘쳐난다. 그중 스스로 이용자라 칭한 남성이 앱에서 여성을 만나 하루 만에 아찔한 ‘무엇을’ 했다는 소개를 하고 여성의 신체 일부 사진을 첨부해 놓은 글도 있다. 한 사이트에 로그인해 들어가니 2, 3분도 안 돼 심상치 않은 여성들의 문자 수십 개가 무차별로 폭주해왔다.

“혼자 사는데, 외로운데 자극적인 대화 원해요.”(36세 서울 송파구 낮술 ○○○) 등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민망하고 외설적인 내용들이다.

응답을 하면 거의 카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를 주고 거기서 대화하자고 유도한다. 앱 운영진은 SNS 아이디를 주는 쪽지는 99% 불법 성매매 또는 ‘피싱’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일탈을 막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인증 관리가 허술한 소개팅 앱은 범죄에 악용된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찰과 공조해 소개팅 앱을 통해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한 24명의 여성 미성년자를 적발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6일 소개팅 앱을 광고하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만남을 전제로 회원 가입을 유도해 수억 원을 챙긴 업자를 구속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소개팅 앱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6.1%가 소개팅 앱으로는 진지한 만남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특히 여성(74.8%)의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 반면 소개팅 앱을 통해 이뤄지는 만남이 괜찮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33.9%였다. 실제 부정적인 시각이 큰 이유에 대해 대체로(83.4%) ‘불건전한 목적’을 가지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라는 의견이 나왔다.

소개팅 앱을 통한 만남은 새로 등장한 트렌드이긴 하지만 충분하게 신뢰감이 형성되지는 않아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