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에서 17일(현지시간) 정부의 유류세 대폭인상에 격분한 시위대가 대도시와 마을, 거리마다 시위에 나서면서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하고 22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시위는 시민들이 자생적으로 조직하고 행동에 나선 풀뿌리 저항운동이어서 가뜩이나 사면초가인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새로운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의 명소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이 날 자칭 ‘노란 자켓’으로 불리는 일단의 시위대가 대통령이 있는 엘리제궁을 향해 행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이 행렬을 향해 가끔씩 최루탄을 쏘아 보냈다. 일부 군중은 수백 명씩 떼를 지어 값비싼 상점들이 즐비한 이 중심가의 마크롱대통령이 살고 있는 대통령궁을 향해서 진격했다. 이 곳에서는 보안군 부대가 방패를 들고 이들을 밀어냈다.
비슷한 방식으로 파리 개선문 주변도로에서도 몇 시간이나 시위대가 점거해 마비된 도로들을 경찰이 포위하고 엄청난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서 이들을 강제 해산 시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과격시위도 있었다. 파리 남동부 외곽의 트루아에서는 100여명이 도청에 침입해서 내부를 파괴했다고 내무부가 발표했다. 브르타뉴의 캥페르에서는 폭력적인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보안군이 물대포를 사용했다.
사망한 63세의 여성은 프랑스 동부의 샹베리에서 시위군중 속에 갇힌 한 여성운전자가 공포에 질려 잘못 가속기를 밟는 바람에 차에 치여 숨졌다고 이 지역의 현지 지방구청장 루이 로지에가 발표했다.
이 날 사고는 여성 운전자의 미니밴을 시위대가 흔들기 시작하는 등 “아무 이유없이 시위대가 흥분하기 시작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 남성 목격자가 지역 BFMTV에게 말했다. 그는 여성운전자가 딸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운전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 사고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중이다.
부상자 227명중에서 8명은 중상으로 위중한 상태라고 지역 경찰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그 가운데에는 문닫은 주유소를 시위대가 습격할 때 이를 말리다가 다친 경찰관 한 명과 소방관 한 명도 포함되어 있다.
시위대는 프랑스의 모든 운전자들이 차량 고장시에 입도록 의무화된 밝은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고 있어 스스로 “노란 자켓”부대로 부르고 있으며 전국의 주요 톨게이트와 고속도로 진출입로 등 전략적인 도로 지점을 점령하고 있다.
이 날 살해당한 여성의 딸은 남 프랑스의 카파이용에서 이에 항의하면서 시위대가 제발 진정해 줄 것을 호소했다. 알렉산드린 마제트란 이 젊은 여성은 “나는 사람들이 분노에 휩싸이지 말기를 바란다. 노란 자켓 부대는 이것이 평화운동이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자신도 노란 조끼를 입은 채 나중에 TV에 나와서 말했다.
프랑스에서 노조나 정치 단체가 후원하지 않은, 순수한 민간의지로 일어난 전국적 시위는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일부에는 후원자들의 선동에 의해 참가한 사람들도 있지만 지도자도 없는 이번의 시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것이 마크롱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생계문제에서 비롯된 민초들의 항쟁의 성격인 이번 시위에서 보안군과 경찰은 폭력보다는 대화로 이들을 막으라는 지침이 내려져 있으며, 주요 간선도로를 완전히 봉쇄하거나 인명과 재산을 해치는 행동외에는 시위대에 대한 최루탄 발사도 자제하고 있다.
마크롱정부의 유류세 인상은 가뜩이나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디젤유의 인상폭이 더욱 커서 서민들은 정부가 서민들의 희생으로 개혁을 추진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디젤유 인상은 7유로센트, 휘발유 인상은 4유로센트이며 앞으로 몇 년 동안 디젤유는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교통부는 발표했다.
국민들은 이를 마크롱 대통령이 서민들의 매일매일의 힘겨운 일상을 외면하고 부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마크롱의 지지도는 계속 추락해 30% 선을 밑돌고 있다. 로베르 티시(67)는 대통령을 “마크롱 왕”이라고 부르며 “이제 더 참을 수 없다. 이 나라에는 세금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샹젤리제 끝의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10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서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크롱 사퇴하라!”를 외쳤다.
【파리 =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