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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짜뉴스를 피하는 이상한 방법

입력 | 2018-11-18 16:56:00


‘가짜뉴스(fake news)’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특정 개인 혹은 단체를 혐오하도록 부채질하거나 ‘사실’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점은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국가별 가짜뉴스를 들여다보면 차이가 적지 않다.

아프리카도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로 인종차별, 경제난, 이슬람 극단주의 같은 종교적 문제 등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많은 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요즘 음식을 먹고 병에 걸렸다는 가짜뉴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멀쩡하게 운영되고 있는 음식점이나 상점의 내·외부 사진이 가짜뉴스와 함께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대상은 주로 ‘외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남아공은 청년 실업률이 3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등 인근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어 간다며 외국인을 폭행하거나 집이나 가게에 불을 지르는, 이른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현상이 수년째 이어져 왔다. 외국인이 만든 음식을 먹고 병에 걸렸다는 가짜뉴스가 유행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난달 동성애 관련 가짜뉴스가 큰 문제가 됐다. 나이지리아는 동성애 혐오 문화가 강한 나라다. 나이지리아 제1야당인 인민민주당(PDP) 대선 후보로 확정된 아티쿠 아부바카르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누군가 그의 이름으로 가짜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고,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반(反)게이 법안을 폐기시키는 일”이란 트윗을 남겼다. 이 내용은 급속도로 퍼져 동성애 옹호 단체들이 “진정한 자유주의 후보”라며 적극 지원에 나설 정도로 파장이 컸다. 나이지리아 대선은 내년 2월이다.

아프리카에서 그 나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언론사들 중에서도 애플리케이션(앱)은커녕 인터넷 사이트조차 엉성한 곳이 상당수다. 뉴스를 유통하고,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버는 식의 일반적인 미디어 사업을 벌이는 회사도 드물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에서는 종종 페이스북, 와츠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들이 거의 ‘뉴스’의 동의어처럼 여겨진다.

페이스북에서는 주로 어느 언론사의 보도 같은 출처보다, 그 소식을 알려온 ‘전달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정보를 소비할지 말지가 결정되곤 한다. ‘내가 아는 이 사람은 문제가 될 이야기를 전달해줄 사람이 아니다’란 생각이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는 식이다. ‘내가 알게 된 이 소식을 나랑 친한 사람들에게도 어서 전달해주고 싶다’는 묘한 욕구나 의식도 가짜뉴스 전파 속도를 높인다.

미국의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BuzzFeed)가 분석한 결과 미국 대선 직전 3개월 동안 인기를 끌었던 가짜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반응·댓글 건수는 총 871만1000건이라고 한다.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전통 미디어가 썼던 대선 기사 중 가장 호응이 높았던 20건에 대한 반응(736만 건)을 넘어서는 수치다. 아프리카 내 가짜뉴스와 관련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보다 상황이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요즘 가짜뉴스와 팩트체크의 싸움이 한창이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용자가 가짜뉴스를 신고하면 사업자가 7일 내 심사를 해서 차단 여부를 결정하게 하거나, 가짜뉴스에 자동적으로 팩트체크된 기사가 붙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돼 왔다. 이 중 일부는 이미 도입돼 실행되고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가짜뉴스를 해결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나이지리아, 케냐, 이집트 등에서는 “미디어의 민주화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초래했다”는 논리를 편다. 정부 비판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도 가짜뉴스라며 단속한다. “가짜뉴스를 뿌리 뽑겠다”는 구실을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부에 대한 견제나 비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가짜뉴스도 문제지만 이를 권력의 입맛에 맞게 활용하려는 아프리카 정부들의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카이로=서동일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