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팀이 새로 개발한 초박형 ‘메타렌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건열 연구원, 이 교수, 홍종영, 문석일 연구원이다. 이병호 교수 제공
“자동차 앞 유리에 정보가 표시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시스템을 위해 개발한 3차원 증강현실(AR) 영상입니다. 안경 없이 입체 영상을 보여주죠.”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설명했다. “‘렌티큘러 렌즈’라는 특수한 렌즈 덕분입니다.”

연구팀이 ‘렌티큘러 렌즈’를 이용해 실제 화면에 입체 영상을 덧입힌 증강현실 시스템이다. 이병호 교수 제공
렌티큘러 렌즈보다 더 얇은 ‘메타렌즈’도 있다. 아주 얇으면서 빛을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만큼 자유자재로 휘거나 모이게 하는 새로운 초박형 평면 렌즈다. 수cm 두께의 무거운 렌즈 없이도 빛을 자유롭게 조절해 원하는 영상을 재생시킬 수 있다.
이 교수와 이건열, 홍종영 연구원 팀이 만든 메타렌즈를 들어봤다. 두께감이나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 연구원이 “두께가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라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렌즈는 빛의 파장보다 작은 오돌토돌한 미세한 구조로 가득 차 있다. 이산화규소로 만든 투명 평면에 가로 60nm, 세로 220nm, 높이 100nm의 초소형 직육면체 구조가 400nm 간격으로 빼곡히 배열해 있다. 워낙 작다 보니, 유리 표면에 붙여도 투명성이 사라지지 않고, 실제 풍경이 그대로 보였다. 하지만 그 위에 특정한 빛을 투영시키자, 자연에 없는 특이한 각도로 빛이 휘거나 모이며 영상을 덧입혀 보여줬다.
이 교수는 “해외 연구팀도 아직 지름이 1mm 이하의 메타렌즈밖에 만들지 못했는데, 지름 2cm의 실용적인 크기로 제작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시야각도 기존의 25도에서 최대 100도 이상으로 크게 높여 AR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메타렌즈를 1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하고, 증강현실을 표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