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았다”며 “내년에 시간을 내서 방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김정은의 세 차례 중국 방문에 대한 답례로 시 주석의 연내 방북이 점쳐졌지만 내년으로 미룬 것이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도 최근 김정은의 방러가 내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중, 북-러 간 연내 정상회담은 일찍이 문 대통령이 전망한 한반도 외교 시간표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초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별도로 조만간 김 위원장의 방러와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직후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기대감의 반영이었다. 하지만 북한 고위 인사의 방미가 취소되고 북-미 협상이 다시 교착에 빠지면서 시간표는 재조정될 수밖에 없게 됐다.
한중 정상은 회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서울 답방이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해결 시점이 무르익었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실제로 북-미 협상의 진전 분위기도 엿보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에 핵 폐기 계획을 요구하면서도 “2차 회담 전에 핵 신고를 요구하진 않겠다”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 정부도 ‘김정은 연내 답방’에 매달리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시간표를 짤 때가 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근 미국 방문 중에도 “남북이 합의한 사항”이라며 연내 이행을 강조했지만, 사실 9·19평양공동선언에는 ‘가까운 시일’이라고만 돼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고 기대를 담은 것이다. 북-미 관계 진전을 전제로 했던 것인 만큼 그에 차질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시간표가 줄줄이 늦어지는 마당에 우리만 김정은 답방에 몸이 달 이유도, 실익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