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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필요한 곳엔 어디든 애자일이 유용할 수 있다”

입력 | 2018-11-19 03:00:00

피터 카펠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인터뷰




12월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에서 애자일 조직 실현을 위한 인사관리 방안에 대해 강의하는 피터 카펠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경영자들이 왜 애자일(agile) 전략에 열광할까요? 변화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인적자원(HR) 분야의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부품사회’의 저자로 유명한 피터 카펠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본보와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애자일 전략을 기반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2월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 연사로 나서 애자일 전략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애자일 전략은 민첩함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랜 기간 많은 자원을 투자하며 비밀스럽게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빠른 속도로 시제품을 출시해 고객과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수정 보완해 가는 방법론을 뜻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창안한 방법론인데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와튼스쿨 인적자원센터 이사장이기도 한 카펠리 교수는 “모든 기업이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경영계에 애자일 열풍이 불고 있다”며 “애자일 문화를 확산하려면 채용, 성과 평가, 보상, 역량 계발 등 HR의 전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HR 부서가 애자일 도입의 장애물이 아닌 마중물이 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연례 인사평가 대신 프로젝트별로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스템 등 애자일을 지원하기 위한 HR 제도 혁신 방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카펠리 교수는 애자일의 핵심이 권한 이양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자일의 핵심 아이디어는 바로 권한을 팀 단위로 위임해 주는 것”이라며 “조직 내 어느 부서든 팀 단위로 일하는 방법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미 애자일 전환을 위한 준비는 끝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자일 전환이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2001년 ‘애자일’이라는 단어가 경영계에 소개된 후 많은 기업이 애자일 전략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다. 왜 그럴까. 카펠리 교수는 “애자일은 단순히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들과 이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심각한 저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카펠리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애자일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버전원(VersionOne)이 2016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애자일 적용의 최대 난제로 ‘기존 기업 문화 및 제도와의 충돌’이 꼽혔다. 카펠리 교수는 “애자일 전환은 긴 여정”이라며 “기업의 리더들이 팀 단위로 권한을 위임하면서 동시에 관리 감독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를 용인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자일 조직에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평가나 관리가 아니라 코칭이 돼야 한다고 카펠리 교수는 역설했다. 그는 “성공적으로 애자일을 도입한 기업들은 관리자를 코치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전문 코치를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역량 계발을 지원하는 코칭이 관리자의 핵심 업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말 인사고과를 기초로 보상을 해주는 기존 관행도 개선이 필요하다. 카펠리 교수는 “회사에 도움을 주는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연말이나 연초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각 보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펠리 교수는 “당장 몇 달 후 상황도 제대로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과거처럼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분야와 관계없이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애자일은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카펠리 교수는 학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바레인, 싱가포르 등 각국 정부의 고용 정책 자문에 응하고 있다. 2011년 영국 인사관리 전문지 ‘HR 매거진’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인’에 선정됐고 볼트닷컴(VAULT.COM) 선정 ‘인적자원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25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