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문화예술계, 크라우드펀딩의 힘
10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공 전시 프로젝트 ‘한국 건축의 미(美)’. 내부에는 빛과 그림자를 매개로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과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 연구자들의 프로젝트 그룹 ‘CFL’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전시 비용을 후원받았다. 텀블벅 제공
‘연결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크라우드펀딩’이다.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되면서 문화예술계 지도가 바뀌고 있다. 특히 소규모 문화예술 창작자들이 숨어 있던 후원자, 소비자를 만나면서 숨통이 트이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다수의 개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의미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창작자가 추진하려는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올리고 목표 후원 금액이 달성되면 나중에 후원자들에게 창작물로 보상하는 ‘리워드’ 방식이 일반적이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체 10여 개 가운데 문화예술 후원이 많이 이뤄지는 곳은 텀블벅이다. 2011년 설립해 성공한 프로젝트는 약 8000건(누적 후원금 500억 원). 총 프로젝트 가운데 30% 가까이가 문화예술 분야다.
8800여 명이 제작을 후원한 한국 전통 귀신 사전 ‘동이귀괴물집’.
크라우드펀딩은 마니아들이 존재하는 서브컬처(Sub-Culture·주변부 문화) 분야에서 특히 힘을 발휘한다. 취미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동호회가 있지만 판매 목적 활동은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면 수요 예측도 가능하다. 국내 미발매된 셜록 홈스 소재 보드게임의 한글판 출시 프로젝트로 최근 2100여 명으로부터 1억1300여만 원을 후원받은 창작자는 “상상도 못한 결과”라고 크라우드펀딩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후원자들의 모금으로 후반 제작비를 마련한 다큐멘터리 ‘Sleepers in Venice’.
크라우드펀딩은 팬층을 모으는 플랫폼이 된다. ‘프리즘오브’(11호 발간 예정)는 한 호에 한 영화만 자세히 다루는 형식의 잡지다. 텀블벅에 발행 프로젝트를 산발적으로 올리다 8호부터는 고정적으로 올리고 있다. 발행인 겸 편집장 유진선 씨(26)는 “호별로 최대 2500명, 평균 600∼700명이 우리 잡지를 후원했다”며 “후원자인 독자와 바로 소통하면서 요구를 확인하기 편해 고정 독자층을 모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건물이나 배경을 그려 웹툰 작가 등이 활용하도록 판매하는 ‘스케치업’ 후원 프로젝트가 최근 활성화되는 등 창작 관련 새로운 시장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등장하기도 했다.
이용제 계원예술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문화예술 창작자는 늘 생존 문제로 위태로운 것이 현실인데 크라우드펀딩으로 기존에 없던 시도를 해볼 만한 바탕이 마련되고 있다”며 “후원자에게 유형의 보상을 줄 수 있는 분야뿐 아니라 기초 연구처럼 무형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까지 후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