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보를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뭔가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인 힘이 약한 나라라면 물리력이 하나 있던지, 아니면 외교를 정말 잘 해나가야 합니다.”
엄태암 한국국방안보연구소 책임연구위원
한스 J 모겐소 교수의 ‘국가간의 정치-권력과 평화를 위한 투쟁’(6판)
“통일한국을 생각해도, 당장 북한을 생각해서도, 우리 안보에 위해가 닥칠 때 스스로 기댈 수 있는 뭔가 하나, (그것을 만드는) 노력은 분명히 있어야 되겠다는 겁니다. 중국, 러시아가 지금 맹렬하게 개발하고 미국이 두려워하는 초음속 순항 미사일 같은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요, 쉽지는 않겠지만 뭔가 창의적인, (북한의 핵·미사일과 같은) 비대칭적인 뭔가 하나를 찾는 노력은 있어야 되겠다는 것이죠.”
그는 모겐소 교수의 책을 인용하며 한미동맹도 영원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겐소 교수가 한미동맹이 막 출범한 직후인 당시 책에서 말씀하셨어요. 미국 정부가 지금은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부담을 주는 언동은 자제하면서 상당히 조심하고 있지만, 미국 국민이 언제까지 한미동맹을 지지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런 부담도 생각을 해야 된다고요. 반면에 우리로서는 그런 생각을 했어야죠. 한미동맹이 언제까지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보루가 될 거냐.”
―북한이 비핵화 대신에 요구하는 체제보장에 대해 한국의 일부 학자들은 다자안보체제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정치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보십니까?
“모겐소 교수도 ‘대화를 통한 신뢰가 평화로 이어진다고? 어림없는 얘기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같은 곳에 참여하지만 우리 안보의 근본이 그런 곳에서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이냐? 어림도 없는 얘기죠. 의장성명 등에 우리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우리 안보의 보루는 될 수 없는 것이죠.”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인데, 앞으로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서 핵을 포기하겠다고 국제사회에 떠들었으니, 아마 쉽게 번복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러나 뭔가를 자꾸 요구하고 그게 안 되니 우리도 핵을 포기할 수 없지 않느냐고 버티면서 시간을 벌자고 치면 어떻게 될까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겠지만 30대 초반의 김정은은 ‘너희들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핵을 가지고 있다’며 엄연한 핵보유국가가 되어 갈 겁니다.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 정신 줄 놓고 있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2차 북-미 회담이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모겐소 교수가 훈수를 둔다면?
―문재인 정부가 장밋빛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국가를 책임지는 지도자는 일반 국민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존망, 미래, 그 모든 것들을 같이 생각한 뒤에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되기 때문에 사리분별이 일반인과 같아서는 안 되는 것이죠. 통일을 향해 가는 과정을 어떻게 내실 있게 다져나가야 되느냐 그 문제를 좀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모습은 분명히 좀 걱정스럽습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