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당시 사법행정에 비판 목소리를 낸 법관에 대해 ‘보복성’ 좌천 인사를 낸 정황이 포착됐다. 특정 성향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기 위해 작성됐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구체적인 내용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19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6일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라는 제목의 해당 문건은 지난 2015년 1월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 안에는 음주운전을 한 법관 등의 사례가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송 부장판사는 코트넷에 ‘대법관 임명제청에 관한 의견’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박상옥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등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것을 두고 “법원 내외부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결과”라며 비판했다. 그는 권순일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대법관으로 제청됐을 때도 비판적 글을 올린 바 있다.
송 부장판사는 이후 서울 소재 법원이 아닌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송 부장판사의 근무지 및 사무분담 등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전날 송 부장판사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검찰은 해당 문건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전 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해당 문건에서 박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이 손으로 직접 결재한 것을 확인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원 자체 조사가 3차례 이뤄졌지만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철상 법원행정처 처장을 단장으로 한 특별조사단은 지난 5월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사찰한 정황은 드러났지만, 조직적·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블랙리스트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결론낸 바 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이 같은 법관 불이익 조치 정황 등 각종 사법 농단 의혹을 추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