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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前대법관, 첫 공개소환…두명 더 포토라인 선다

입력 | 2018-11-19 14:19:00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공개 소환됨에 따라 향후 수사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이 지난 6월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한 이후, ‘윗선’으로 지목되는 전직 대법관을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인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년간 사법행정을 지휘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이 시기는 각종 사법농단 의혹 행위들이 발생하게 된 핵심 원인인 상고법원 도입 등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던 때다.

이때문에 박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전직 대법관 중에서도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및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 재판거래 의혹부터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박 전 대법관을 공개적으로 소환한 것도 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 전 대법관의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의 경우 지난 7일 비공개 소환한 바 있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대법관들은 필요한 경우에 적절한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박 전 대법관은) 여러 혐의의 피의자로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법관이 당시 양 전 대법원장 지시를 받았거나 보고를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올 지 주목된다. 하지만 박 전 대법관이 사실상 혐의를 시인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검찰 출석 전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도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영장심사와 검찰조사 등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전 차장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등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에 비춰 박 전 대법관도 사법행정 업무의 일환으로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법관은 혐의가 상당해 이날 조사를 시작으로 추가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확인하고 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외교부·법무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관련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조작 사건 ▲서울남부지법 위헌제청결정 사건 등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이 밖에도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하고,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법관·변호사단체 부당사찰 및 압박방안 마련,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은폐 및 축소,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 혐의에도 연루돼 있다.

박 전 대법관의 검찰 조사로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고영한 전 대법관 등도 조만간 소환될 예정이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은폐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거론되는 전·현직 대법관들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당시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도 포토라인에 서게 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