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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인사사고 90% 이상이 집유…법원 “기준 세분화 필요”

입력 | 2018-11-19 18:01:00


동아일보 DB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사람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등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 속에 사법부 내에서도 국민의 법 감정을 반영해 양형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원 “음주운전 기준 세부화 필요”

대법원 양형위원회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음주와 양형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음주운전을 비롯한 주취자의 범죄와 양형기준에 대해 토론했다. 참가자들은 음주운전에 대한 사법부의 양형기준이 국민의 법 감정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양형기준에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위험운전치사) 혐의의 피고인에게 최대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법원을 대표해서 나온 최형표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은 “현재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세부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보 운전자, 10대 운전자, 대중교통 차량 운전자 등에게는 보다 강화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단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우에는 벌금형에 그친다. 최 판사는 “상습 음주운전자 등의 문제를 봤을 때 단순 음주적발에 대한 양형기준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습 음주운전, 집행유예 처벌 기간 중의 음주운전 등 심각한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벌금형 또는 징역형 부과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사람을 숨지거나 다치게 하면 2007년 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의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적용된다. 하지만 최 판사가 2015~2017년 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최종 판결결과 7352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은 9.5%에 그쳤다. 치상은 91.6%, 치사는 53.7%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이들의 평균 형량은 징역 8.6개월에 그쳤고, 치사의 경우에도 18.3개월뿐이었다. 최 판사는 “양형기준이 모든 사건에 일률적으로 적용돼야하는 건 아니다. 사안에 따라 양형기준을 이탈해 판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갓길에 있던 보행자 4명을 치어 3명을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검찰 “구형량 높였지만 판결에 반영 안돼”

검찰 측의 허수진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고의범인 음주운전과 결합된 사고까지 지나치게 가벼운 형이 선고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창호 법’에서 위험운전치사를 살인죄와 동등하게 처벌하도록 한 것도 음주운전을 과실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국민과 사법부간 법 감정의 괴리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16년 4월부터 음주운전 구형량을 높이고 있지만, 선고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허 검사는 밝혔다.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의 심각한 음주운전(위험운전)을 단순 음주운전 사고와 동일시하는 현행 양형 체계를 고칠 것도 제안했다. 허 검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과 특가법이 음주운전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만 양형 기준은 특가법의 위험운전 행위를 구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주운전 중 건물을 들이받는 것이나 음주운전 치사상의 양형 기준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허 검사는 “음주운전 치사상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특가법 조항이 사문화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양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