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를 떠나 한화 이글스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외야수 홍성갑이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새 출발을 다짐하며 구슬땀을 쏟고 있다. 더 이상 ‘거포 유망주’에 머물지 않고 1군에서 확실히 자리 잡기 위해 수비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에서 거포 유망주로 불렸던 홍성갑(26)은 2018시즌이 끝나고 정든 팀을 떠나야 했다. 1군에서 뛰길 간절히 원했고, 코칭스태프가 모두 인정했을 정도로 성실하게 훈련했다. 그러나 수준급 외야 자원이 즐비한 넥센에서 기회를 받기가 쉽지 않은 처지였다. 결국 넥센은 홍성갑이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
라커룸에서 짐을 빼기 무섭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화 이글스 구단 관계자였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합류할 수 있게 훈련 잘하고 있어라.” 대전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원 소속구단인 넥센 고형욱 단장도 “한화에서 (홍)성갑이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화는 천안북일고를 졸업한 홍성갑의 연고 팀이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 대전으로 내려가 장비를 지급받고 미야자키행 비행기에 올랐다. 17일 미야자키 기요타케운동공원 내 소켄구장 한켠에서 마주앉은 홍성갑은 한화 연습복을 입고 있었다. 정식 계약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러웠지만, 그의 말 마디마디에 간절함이 느껴졌다.
홍성갑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연고 팀에 합류했다는 사실보다도 소속팀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의욕이 앞선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만큼 절실하다.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으니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열심히 훈련하면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까요.” 18일에는 장종훈 수석코치와 함께 쉴 틈 없이 티배팅을 했다. 그물을 가르는 타구에 힘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스윙 하나하나에 혼을 실었다.
홍성갑. 스포츠동아DB
● “타격이 가장 자신 있다”
공격에 장점이 많은 선수다. 입단 첫해인 2011시즌부터 통산 1군 출장경기가 66게임(2014~2018시즌)에 불과하지만, 2016시즌부터 우타 대타 요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2군에서는 76경기 타율 0.325(243타수79안타), 15홈런, 65타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뽐냈다. 수비력만 향상하면 확실한 1군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용규와 최진행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현시점에서 외야에 공백이 생기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둘 다 재계약에 성공한다고 해도 1군 경험이 있는 백업 자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힘 있는 우타자로 평가받는 홍성갑도 그 자리를 메울 잠재적 후보군이다. 미야자키에서 꾸준히 수비 훈련을 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다소 부족한 수비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타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좋았을 때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의욕이 앞서는 것 같다”고 밝혔다.
● “내가 기회를 못 잡았다”
2016시즌 1군에서 44게임에 출장했다. 데뷔 후 가장 오랫동안 1군에서 버틴 시즌이었다. 이 기간에 잠재력과 더불어 남다른 승부욕도 마음껏 뽐냈다. 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시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때 찾아온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지 못했던 게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타율 0.226(62타수14안타), 7타점의 성적을 거둔 게 전부였다. “처음 지명 받았던 구단에서 잘하면 좋았겠지만, 그 기회를 내가 못 잡았다. 경쟁에서 밀린 이유다. 기회를 많이 받은 성장의 적기도 있었다. 그 때 잘했으면 경쟁도 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게 가장 아쉽다”고 밝힌 홍성갑은 “지금의 시간은 쇼 케이스다. 잘해서 내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캠프에 가야 기회도 온다”며 분발을 다짐했다.
미야자키(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