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64)이 자신의 보수를 실제보다 약 50억 엔(약 499억 5800만 원) 줄여 보고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로 19일 오후 검찰에 체포됐다. 1990년대 후반 경영 위기에 빠져 있던 닛산자동차를 과감한 비용절감 조치로 다시 일으켜 세운 전문 경영인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소식에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회장과 함께 그레그 켈리 닛산자동차 대표이사(62)도 같은 혐의로 함께 구속했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곤 회장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회사로부터 99억9800만 엔(약 998억9601만 원)의 임원 보수를 받았지만 유가증권 보고서에는 49억8700만 엔(약 498억2810만 원)으로 5년 간 5번에 걸쳐 절반가량 줄여 기재해 사이타마시의 간토(關東)재무국에 제출하는 등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날 요코하마시의 닛산자동차 본사도 압수수색했다.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자동차 사장은 이날 오후 10시 요코하마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곤 회장이 보수를 줄여 보고한 것 외에도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중대한 부정행위도 있었다는 사실을 수개월에 걸친 내부 조사를 통해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비리에 켈리 대표이사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곤 회장은 2014년 임원 보수가 처음으로 10억 엔을 넘었으며 2016년에는 최대액인 10억9800만 엔(109억7275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르노 그룹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2016년 닛산자동차가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해 미쓰비시의 회장직도 맡으면서 세 회사로부터 임원 보수를 받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최근 총 19개 차종 1171대에 출고 전 배기가스와 연비 측정 결과를 5년간 조작한 것이 드러나 대국민 사과를 한 닛산자동차가 이번엔 ‘전문 경영인 비리’로 또 다시 기업 신뢰도에 ‘금’이 가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판매 대수 세계 2위의 르노-닛산-미쓰비시 자동차 연합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프랑스 파리 주식시장에서 르노 주가가 한 때 10%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1999년 닛산 최고운영자로(COO)로 취임한 곤 회장은 당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 자동차를 비용 절감으로 ‘V자 회복’을 이뤄 ‘코스트 커터’로 불렸다. 2000년 사장, 2001년 닛산 최고경영자(CEO)에 잇달아 취임했고 2년 후에는 회장이 됐다. 이후 르노의 회장 겸 CEO직도 함께 맡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성장시켰다. 도쿄 등 공장 5곳 폐쇄나 2만1000명의 구조조정 등 ‘닛산 리바이벌 플랜’을 진행하기도 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