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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도쿄 특파원
여기까지 들으면 힘없는 ‘늙은 마을’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이른 아침 각자 퍼터를 들고 나와 그라운드 골프 연습을 하는 어르신들로 옛 학교 운동장이 북적였다. 오전 10시경 상점가에는 산책, 등산 등을 위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인원 점검을 하느라 떠들썩했다.
“밖에서는 여길 ‘요코하마의 티베트’라고 부릅니다. 젊은 세대는 아이 키우기 좋고 노인들도 살기 편한 공동체라는 뜻이죠.” 10여 개 자치회를 총괄하는 연합회 회장인 야마기시 히로키 회장(70)의 자랑이다.
주택공사의 협력으로 상점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주민 편의시설이 속속 들어섰다. 3년 전 문을 연 식당 ‘하루’는 단지에 사는 ‘주부’ 30여 명이 자원봉사로 운영하며 실비만 받고 ‘집밥’을 제공한다. ‘혼밥’ 먹는 분들을 불러내기 위한 식당이다. 식당 개설을 주도한 70대와 80대 두 ‘주부’ 할머니의 얼굴은 생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건너편엔 고령자 생활지원센터가 있었다. 고령자가 신청하면 전화와 방문을 통해 안부를 확인해주고 500엔(약 5000원)만 받고 30분간 쇼핑이나 청소 등을 도와준다. 고독사(孤獨死)를 막기 위해 6가구를 1개 조로 묶어 조별로 이웃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태세도 가동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빈 점포 자리에 육아쉼터를 만들자 노인들이 오가다 쉼터에 들러 우는 아기들을 달래주거나 아이들의 재롱을 즐긴다.
이런 노력 덕일까. 와카바다이 주민은 평균 연령 대비 개호보험 대상 인정자 수가 일본에서 가장 적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이곳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만족해하며 마지막까지 거주할 인생의 최후 터전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노력하고 있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14%, 2060년이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일거리가 없어 하루 7시간을 지하철을 타며 보낸다는 노인들도 있고, 생활전선에 내몰리는 이들도 있다. 노인 대부분이 저축도, 연금도 부족하다. 한국의 노인들에겐 와카바다이 주민의 생활 풍경이 ‘머나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와카바다이는 머지않아 우리도 반드시 실현해내야 할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