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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민동용]주민등록번호 50년

입력 | 2018-11-20 03:00:00


110101-100001. 1968년 11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1호로 발급된 주민등록번호다. 앞 6자리는 지역을, 뒤 6자리는 성별과 거주 세대 및 개인 번호를 나타냈다. ‘시민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반국가적 불순분자를 색출, 제거한다’는 명분과 함께 주민등록증은 탄생했다. 양손 엄지손가락 지장을 찍어야 하고, 휴대 및 제시 의무까지 있어 기본권 침해라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1965년부터 추진됐지만 반대 여론에 번번이 막히던 주민번호제도는 1968년 중대한 안보 상황 덕을 봤다.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해 대통령을 노린 1·21사태에 이어 이틀 뒤 동해 공해상에서 미국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피랍됐다. 주민번호 발급 3주 전 터진 울진·삼척무장공비침투사건은 종지부였다. 열 손가락 지문을 찍게 된 건 유신체제가 굳어진 1975년. 앞 6자리에 생년월일을 넣고 뒤 7자리에 성별, 지역, 출생신고지 고유번호 등을 넣는 13자리 주민번호도 이때 생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5개국 이상은 개인 식별을 위해 개인고유번호, 신분증번호, 국가신분증 등을 쓴다. 북한에는 공민증이 있지만 거주지를 제한하고 이동을 통제하는 수단일 뿐이다. 6자리 공민번호를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한다. 개인의 특정 고유 정보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고, 각양각색의 개인정보가 주민번호를 토대로 형성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개인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분출되던 주민번호 개선론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인정보 유출 방지’ 차원이 대세다. 성별번호가 남성은 각각 1, 3번인데 여성은 그 뒤인 2, 4번인 것은 남녀평등에 위배된다는 교체론도 있다. 생년월일과 성별 등이 아닌 임의 번호를 부여하자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주민번호가 일상생활 전반에 너무 촘촘히 사용돼 경제적 사회적 교체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내일이 주민번호가 탄생한 지 50년 되는 날이다.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