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시체가 걸어 다니고, 스태프가 노출되고, 무대가 부서지고….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제목 그대로 ‘점점 잘못돼 가는 연극’을 유쾌하게 그렸다. 신시컴퍼니 제공
평소에는 주변 세계가 얼마나 질서정연하게 돌아가는지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실수투성이 초보들이 덤벙대며 저지르는 크고 작은 혼란을 마주하고서야 느끼게 된다. 뭔가 무탈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은 이들의 훈련되고 절제된 노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란걸. 코미디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한 편의 작품을 제대로 공연하기도 기실 얼마나 어려운가를 ‘갈수록 망해가는 연극’이란 참신한 소재를 통해 유쾌하게 그려낸다.
줄거리는 이렇다. 콘리 대학의 드라마 연구회가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이란 미스터리 작품을 야심 차게 무대에 올린다. 그간 제작 여건상 구구절절한 문제로 제대로 된 작품을 올리지 못했던 연출가는 들뜬 상태로 작품을 소개한다. 하지만 곧이어 진행되는 공연에선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배우들은 대사를 못 외워 손바닥을 흘끔거리고, 등장인물이 나와야 할 문이 잠겨 열리지 않는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벽 선반과 전화기가 떨어지고, 소품이 뒤바뀌며 극 전개가 꼬이더니, 전기 장치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출연 배우가 무대 위에서 부상당한다. 그 와중에 무대감독과 배우들은 손발이 전혀 맞지 않고, 끝내는 무대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무대 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의 모든 것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단원들은 어떻게든 극을 마무리 짓기 위해 난장판이 된 무대 위에서 사투를 벌인다. 영국의 한 펍에서 단막극으로 공연된 뒤 입소문을 타고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라이선스 초연이다. 관객에게 대놓고 웃을 시간을 주기 위해 무너지는 무대와 육탄전을 벌이는 배우들의 열연이 감탄스럽다. ‘망해가는 연극’이란 주제를 이렇듯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로 승화시켰으니 아무래도 이 작품은 ‘성공적’이라 해야겠다. 2019년 1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4만∼7만 원. ★★★☆(★ 5개 만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