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부인 고수 여부 주목…1~2차례 추가조사 불가피 진술 취합 뒤 신병처리 결정…고영한·양승태도 임박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지연 개입 의혹 등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8.11.19/뉴스1 © News1
양승태 대법원 시절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12기)이 연이틀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일 오전 박 전 법원행정처장을 재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19일) 오전부터 14시간가량 조사를 마치고 밤 12시 무렵 귀가한 박 전 대법관은 10시간여 만에 검찰에 다시 비공개로 출석했다.
검찰은 1차 소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기본적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했다. 박 전 대법관은 ‘정당한 지시였다’ ‘생각이 안 난다’ 등 혐의 전반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의 혐의사실이 방대한데다 현직법관들의 공개비판 등을 의식한 검찰은 심야조사를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 전체 혐의사실 중 절반도 조사가 진척되지 않아 앞으로 1~2차례 추가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속 상관이었던 박 전 대법관이 지금까지 드러난 다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임 전 차장 공소장에는 박 전 대법관이 공범으로 적시돼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외교부 등과 재판 지연 및 전원합의체 회부와 판결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의심 받는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주고 법관 해외파견 등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박 전 대법관은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후 지방·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지위확인 소송, 탄핵심판 등 헌법재판소의 평의 내용 및 내부기밀 유출 등에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사이에서 중간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개입 정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다면 향후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검찰은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조사하고 9일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았던 민일영 전 대법관도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고영한 전 대법관을 조사한 후 연내 양 전 대법원장도 소환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